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사실 이번 변화는 서울대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서울대는 대학가에서 유명한, 전통적인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지지 대학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선발 비중을 20.1%로 낮춘 이래 한 번도 그 비율을 30% 이상으로 올린 적이 없다. 국내 모든 대학 중 학종을 통한 선발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입학사정관 수도 제일 많다. 정시를 제외한 수시 비중이 70%가 넘는데 그 모든 수시를 100% 학종으로만 뽑는다. 대체 왜 서울대는 그토록 학종을 좋아할까.
학종을 선호하는 대학들의 이야기를 결혼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이들은 ‘중매’가 아닌 ‘연애’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시험성적만으로 뽑는 수능 고득점 학생은 마치 엄마가 소개해 준 완벽한 스펙의 소개팅 상대처럼 정량적으로 뛰어나지만 정말 괜찮은, 나와 맞는 상대인지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성적은 좋지만 과연 인성도 좋을지, 재수 등 ‘이탈’을 하지 않고 우리 대학과 끝까지 함께 갈 학생일지 등은 자기소개서 분석, 면접 등을 통해 ‘연애’를 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대는 수능 확대로 서울대 학생들의 계층 쏠림 현상이 심화될까 우려한다. 지난 대입제도 개편 논의 과정 당시 한 서울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능 확대 시 선발 결과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더니 강남이나 우수 고교 선발 비중이 너무 늘더라”고 걱정했다.
이 얘기를 듣고 본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 보니 실제로 그랬다. 정시 비율이 20%였던 2014학년도 입시에서는 강남3구 출신 학생 비율이 145명이었지만, 29%로 늘린 다음 해 입시에서는 그 수가 215명으로 70명(48.2%)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 역시 171명에서 279명으로 108명(63.2%)이나 늘었다.
대학 입시가 ‘좋은 인재의 선발과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종이냐, 수능이냐’는 이분법적 구도를 뛰어넘는 논의가 필요하다. 수능을 30% 이상으로 한다고 해서 ‘복잡성, 고비용, 비리 가능성’이라는 학종의 치명적 단점이 저절로 해결되진 않기 때문이다. 인성을 볼 수 없는 수능 선발의 한계 또한 극복돼야 할 과제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