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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5시/유근형]친문 선수 간 ‘돌려 막기’로 총선 치를 수 있겠나

입력 | 2019-06-18 03:00:00


여당의 내년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주민 최고위원,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동아일보DB

유근형 정치부 기자

“시끌벅적하게 판을 벌이는 방식은 ‘이해찬 식’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내년 총선의 물갈이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대적으로 인재영입위원회를 꾸리고, 토끼몰이 하듯 퇴출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세대교체를 진행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당내 갈등은 최소화하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중이 담겨있는 말이기도 하다.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있지만 여당에서는 ‘세대교체’ ‘물갈이’ 같은 말을 듣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취임하며 “총선의 병참기지가 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이 대표는 “인재 영입은 당에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기류가 이 대표의 과거 경험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배제(컷오프)된 뒤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 후 당 대표까지 올랐다. 그는 당시 공천권을 쥐고 있던 김종인 대표를 향해 “부당한 자의적 결정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날을 세웠었다. 인위적인 인재 영입이 오히려 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재창당 수준의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재영입위원회를 조기 출범시키고 “국민들께서 한국당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추천해 달라”며 공개 구애까지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느긋해 보이기까지 한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인물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40명 안팎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이미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 지방선거 압승을 통해 당의 몸집이 커지면서 지역 유력인사들도 몰리고 있다. 수도권과 호남은 공천 경쟁률이 이미 10 대 1을 넘어섰다는 말까지 들린다. 일단 후보가 많다 보니 누굴 고를지 바쁘지 정작 새로운 인재에 대한 갈증이 작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황은 다르다. 청와대 출신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제외하면, 여당의 새로운 간판으로 21대 국회 진출에 성공할 정치신인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친문끼리 선수 교체는 이뤄지겠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얘기다. 다양한 색깔과 비전을 가진 새 인물들이 여당의 세대교체 주역으로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광주 출마를 준비 중인 한 변호사는 “지도부가 현역 의원과 청와대 인사만으로도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대로 성공한 총선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파격적 인재 영입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6년과 2000년 ‘젊은 피 수혈’이란 과감한 정치실험을 단행했다. 강한 개성 탓에 ‘108번뇌’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17대 국회에서도 여당 초선 의원 108명이 등장했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었어?”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다. 하지만 한 최고위원은 “청년 여성 등 각 세대 및 직역의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말은 많았지만, 정작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선 구체적 복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선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물갈이 요구가 거셀 것이다. 역대 최악이란 평가가 나오는 20대 국회의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친문 내 일부 주류 교체’를 ‘세대교체’로 포장하려 한다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하루빨리 참신한 인물 찾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유근형 정치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