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순간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을 만나는 것.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우리는 늘 매료된다.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면, 곧 그 이상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소개팅으로 치면 애프터이고, 작품으로 치면 속편이다. 행사는 바로 그 속편을 만들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된다.
나는 판을 짜고, 주인공을 모셔온다. 그들은 유명한 창작자일 때도 있고, 평범한 내 친구일 때도 있다. 유명인을 섭외할 경우 친구들은 신기한 듯 묻는다. “아는 사이야?” “아니,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보냈어.” “어떻게 섭외했느냐”고 묻는다면 다만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나는 당신 작품의 이런 점이 참 좋은데, 이걸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닐걸요. 그 사람들을 위해 나랑 뭔가를 해볼래요?’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상대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가진 게 없다. 그래서 자주 궁리했다. 그 사람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할까? 살면서 한 번도 받진 못했지만 마음 깊이 듣고 싶었던 제안에 대해서. 내가 그걸 건넨다면, 그 사람이 여기에 올까? 물론 독심술사가 아니라 자주 실패하겠지만,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다 보면 놀라는 위로를 주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한 명 한 명에게 연락했고, 감사하고 귀여운 답변들이 쌓여가는 중이다. 하지만 결국엔 피해 갈 수 없는 얘기, 그러니까 행사 기획과 관련된 돈 얘기를 해야 했다. 1인당 참가비를 얼마씩 걷어도 푼돈이긴 마찬가지였다. 그 안에서 주인공과 기획자가 돈을 나눠야 했다. 어떤 날엔 ‘공간 사용료를 제외한 모든 돈을 내가 ‘덕질하는’ 창작자분들에게 드릴 거야’라고 했다. 그러다가도 어떤 날엔 홍보하고, 모객하고, 포스터 디자인하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서 ‘한 번 행사할 때 이 정도는 벌어야 지치지 않고 계속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었다. 그렇게 머리 싸매고 있자 밴드를 하는 동생이 조언했다.
“일단 좋은 걸 만드는 게 중요해요. 돈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약관계는 최소로 정리한 뒤 잊어버려요. 좋은 콘텐츠 만들기에 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 결과적으로 파이도 커지면서 나눌 돈도 들어오더라고요.”
밴드가 해체되며 위기를 맞고, 새로운 사람들과 ‘으쌰으쌰’ 하더니 어른이 되었나 보다. 잊지 말아야지.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