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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년제, 노는 분위기 걱정돼요”

입력 | 2019-06-18 03:00:00

내년 중학교 1학년 의무도입 앞두고 학부모들 “학습 공백 불러” 불만
교육청 “학습공간 개선 등 지원”




“시험이 없다는 핑계로 너무 노는 분위기라는 게 학부모로서 불만이죠. 입시가 바뀌지 않는 한 ‘자유학년제’는 그냥 내신시험 1년 늦추는 것뿐입니다.”

올해 중2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45)는 지난 한 해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은 자녀의 학업을 관리하느라 마음고생을 했다. ‘자유학년제’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기 위해 진로체험 활동 등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며, 지필 내신평가를 치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시험을 보지 않아 아이의 실력을 알 수 없어 김 씨는 테스트를 하는 학원들을 찾아다니며 ‘학습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자유학년제’의 실효성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2013년 연구학교에 한 학기짜리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이후 현재 전국의 모든 중학교 1학년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를 선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중1 과정 두 학기를 모두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의 교과학습 상태를 점검해볼 ‘지필 평가’가 없다는 점이다. 진로 개발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놀기만 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 자녀교육 정보공유 사이트에는 “진로 견학을 나가선 휴대전화만 쳐다보다 오는 애들이 많다”, “인기 많은 체험활동은 수용 여력이 안 돼 가위바위보로 뽑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자유학기’를 한 학기만 운영 중인 서울 강남구의 A중학교 교장은 “1, 2학기 모두 자유학기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무척 컸다”고 전했다. 실제로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학업 성적에 관심이 높은 강남, 송파 등 교육특구 지역의 중학교에선 중1 두 학기를 ‘자유학년제’로 운영하는 학교가 약 30%로, 서울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맹목적 교과 학습이 아닌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학습 태도를 길러내는 게 자유학년제의 도입 취지”라면서 “각 학교가 필요로 하는 학습 공간 개선, 체험기관 연결 등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