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서울 먼지 최악때 농도의 15∼56배 냄새 없다고 집에서 ‘뻑뻑’… 경계심 무너뜨려 간접흡연 큰 피해 ‘초미세먼지 공장’ 신종 전자담배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팀과 함께 서울 관악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자담배 흡연시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동아일보 취재팀은 14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담배를 실내에서 피울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가장 많은 초미세먼지가 나온 제품은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 증기량을 크게 늘린 ‘굴뚝 전자담배’였다. 이 전자담배를 피우자 서울의 초미세먼지 최고치의 56배인 m³당 7568μg까지 치솟았다. 일반 액상형 전자담배는 m³당 6285μg, 쥴은 m³당 2041μg을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쥴, KT&G의 ‘릴베이퍼’ 등 냄새 없는 신종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간접흡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신종 전자담배들은 바로 옆에서 피워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없다. 이런 특성이 오히려 흡연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려 실내 흡연을 조장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냄새가 없으면 실내에서 피워도 별로 유해하지 않은 것일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14일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쥴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 3종과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등 4종을 대상으로 실내에서 피울 때 생기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측정했다.
제품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달랐지만 4종 모두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올해 3월 5일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m³당 135μg)를 훌쩍 넘었다. 증기량을 늘리기 위해 대용량 배터리가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일명 ‘굴뚝 전자담배’)를 피울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최고 7568μg으로 가장 높았다. 증기량이 보통인 일반 액상형 전자담배는 m³당 6285μg이었다. 쥴 흡연 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2041μg으로 같은 조건에서 잰 아이코스(m³당 437μg)보다 높았다.
이 결과만 놓고서 쥴이 아이코스보다 더 유해한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다 보니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증기의 발생량이 많기 때문이다. 가열 방식이 다르면 초미세먼지 속 유해성분의 종류와 양도 다르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일반 담배와 비교해 전자담배는 연소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초미세먼지 농도와 유해성분이 모두 적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전자담배에서 초미세먼지가 나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신종 전자담배로 인해 달라진 흡연 행태를 고려하면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냄새 없는 전자담배들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에게 간접흡연에 대한 경계심을 무장해제시키고 있다”며 “냄새가 나면 비흡연자들이 그 자리를 피하지만 신종 전자담배는 그런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보니 간접흡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