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열단장 김원봉 내세운 MBC ‘이몽’, 심리 묘사보다 단순 선악 구도 반복 동학농민운동 다룬 SBS ‘녹두꽃’… 다소 우울한 분위기가 부담 요소
다른 장르와 융합하던 최근 트렌드와 달리 MBC ‘이몽’(위쪽 사진)과 SBS ‘녹두꽃’은 정통 시대극을 표방한다. 사진은 밀정 이영진(이요원)의 행적을 쫓는 김원봉(유지태), 조선시대 중앙군인 경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동학도들. MBC, SBS 제공
‘이몽’은 방영 전 화제성이 차라리 나았던 경우다. 당시 제작진은 “실제와 허구를 뒤섞었다. 약산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라고 해명할 정도로, 외적으로 이념적 논란이 컸다. 하지만 2회(5월 4일) 7.1%(닐슨코리아)로 최고점을 찍은 뒤 갈수록 관심도, 시청률도 저조하다. 15일 23회는 3.3%까지 추락했다. 현재 시청자게시판을 봐도 약산의 월북 행적을 지적하는 글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드라마는 정치적 공방(?)에서 자유로웠다.
시청자들은 ‘만듦새’를 지적하고 나섰다. 함께 항일운동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의 이몽(異夢)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그저 독립투사와 ‘악’ 일제의 쫓고 쫓기는 서사가 지루하게 반복된다.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은 언제나 과격하기만 하고, 외과 의사이자 밀정인 가상 인물 이영진(이요원)은 시대를 저버린 채 청순가련하다. “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쏟아진다.
오히려 ‘녹두꽃’은 “물건은 좋은데 마케팅이 별로”라는 평이 많다. 초반인 2회(4월 26일) 가 시청률 11.5%였을 때만 해도 ‘웰메이드 드라마의 성공’이란 평이 많았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작품은 가상의 이복형제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단, 이복형제로 농민군인 백이강(조정석)과 토벌대 백이현(윤시윤)의 대립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잘 담아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해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 ‘역피셜’(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던 점도 긴장감을 한껏 올려줬다.
하지만 방영시간대가 발목을 잡았다. ‘녹두꽃’을 방영하는 금·토요일 오후 10시는, 시청자가 가벼운 예능이나 자극적인 막장드라마에 더 익숙한 시간대다. 동학농민운동이란 무거운 주제의식에 “우울해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민초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 점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벌여놓아 새로운 시청자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8일 방영한 27회는 시청률이 4.6%까지 내려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작품 모두 시의적절한 소재를 다뤘지만, 편성과 연출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녹두꽃’은 주말에 비극적인 시대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이몽’은 김원봉을 액션스타로 만들어버린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