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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은 한반도 토착세력 호칭서 유래… 中서 그대로 사용”

입력 | 2019-06-18 03:00:00

“특정 종족 아닌 주변 집단 통칭”



사진 동아DB


‘말갈(靺鞨)’은 특정 종족의 이름이 아니라 고구려가 성격이 다른 여러 주변 집단을 통칭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말갈’은 한민족의 주류와는 다르지만 고구려, 발해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긴 존재다. 그러나 자신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아 여전히 그 정체가 논쟁거리다. 권은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 ‘고구려 멸망과 요동지역 말갈인의 향배’에서 “‘수서(隋書)’ 등에 기록된 수·당나라 시기 ‘말갈 7부(部)’는 고구려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방의 여러 복속민을 지역 단위로 나누고 ‘말갈’로 통칭한 결과라고 본다”고 했다.

중국 사서에는 말갈이 6∼7세기 한반도 북부와 만주 동북부의 종족으로 등장한다. 숙신-읍루-물길-말갈로 이어지며 일원적 계통을 가진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학계에서 말갈이 비슷한 성격을 지닌 여러 세력을 통칭한다고 이해하는 경향이 많다. 권 연구위원은 “고구려가 성장하고 돌궐이 등장하는 시기에 만주라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말갈이 하나의 계통과 문화를 지닌 단일 종족으로 성장하는 게 가능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권 연구위원은 ‘말갈’이라는 호칭의 유래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반도에서 유래해 고구려를 거쳐 중국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북방계 말갈보다 500년 이상 앞선 기원전 1세기 말부터 6세기 초까지 한반도에서 활동한 말갈의 기록이 등장한다. 다산 정약용은 이 시기 백제와 신라를 침략한 말갈이 사실 동예·옥저 지역의 예(濊) 계통 종족이라며 가짜 말갈, 즉 ‘위(僞)말갈’이라고 했다. 이 견해는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들을 북방계 말갈과 구분되는 한반도 토착세력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권 연구위원은 15일 신라사학회가 연 학술발표회에서 “북방계 말갈에 앞서 한반도에서 먼저 삼국민과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 기반이 다른 주변 집단의 호칭으로 ‘말갈’을 사용했고, 이것이 고구려를 통해 중국에 전파되면서 중국 역시 고구려인과 성격이 다른 동북 지역 주민을 말갈이라 부르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