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인 ‘맨드라미’. 작가는 일렁이는 형태의 붉은 맨드라미 꽃이 징그러워 관찰하고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꽃에서 “욕망 과 혁명, 연정, 독사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PKM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김지원의 개인전 ‘캔버스 비행’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김 작가의 대표작인 ‘맨드라미’ 시리즈 신작을 비롯해 ‘풍경’ ‘비행’ ‘무제’ 연작 등 회화, 설치, 드로잉 작업 90여 점을 새롭게 공개한다.
2000년부터 맨드라미를 그려 온 작가는 처음에는 사람의 뇌, 소의 천엽, 고교시절 교련복 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꽃의 독특한 형태에 끌렸다고 한다. 꽃이 “징그러워 작업실 밭에 심어놓고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렸고, 그것이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맨드라미 작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맨드라미의 붉은색과 꿈틀대는 형상, 그 맨드라미를 감싸는 서정적인 표현이 새로운 장식성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작품들은 작업실 벽에 걸린 드로잉, 천장에 모빌처럼 달린 모형 비행기 등 여러 대상물을 정물처럼 그렸다. 모형 비행기를 매단 선이 어지럽게 얽히고 파편이 흩어져 마치 추락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인간이 만든 무기 중 가장 거대하며 세계 경찰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항공모함’은 어찌 보면 맨드라미와 같다. 욕망과 혁명, 연정, 독사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비행’을 그리기 전 작업실 풍경을 일기처럼 메모한 ‘무제’ 드로잉 연작도 전시장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2014년 작품 ‘비행’. 드로잉이 걸린 작업실 벽의 모습과 천장에 매달린 그물과 얽힌 끈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조형성을 만들어냈다.
김 작가는 인하대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미술학교(슈테델슐레)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15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했고 대구미술관(2015년), 금호미술관(2011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