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일군 회사 보는 뇌반응은… 부모가 자녀볼때 감정과 비슷해 사회적 의사결정에 둔감해지고… 위험판단-평가 객관성 떨어져
그렇다면 흔히들 비유하듯이 창업자가 회사를 바라보는 감정이 정말로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닮아 있을까? 또 그런 마음은 바람직하기만 한 걸까? 핀란드 한켄경제대의 톰 라티 교수 연구팀은 신생 기업의 창업자들과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들의 뇌 반응을 각각 살펴 비교해 본 후 그 결과를 최근 경영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업력 12년 이하 젊은 기업의 창업자 21명과, 12세 이하 자녀를 둔 21명의 아버지를 실험 참가자로 섭외했다. 이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각각 자신의 회사에 관련된 사진 또는 자녀의 사진을 보여준 뒤 뇌의 활성도 변화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관찰했다.
연구진은 또한 창업자나 부모가 자신감에 차 있는 경우 뇌에서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 영역이 덜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와 부모가 각각 자신의 기업과 자신의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면 할수록 사회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측두 두정 연접부의 활성도가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즉, 회사나 자녀가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할수록 그에 대한 위험 판단과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야전침대에서 자는 머스크의 경우처럼 창업자가 회사에 대해 느끼는 강한 애착은 오롯이 기업에 대한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져서 초창기 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또 리더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은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신적 토대가 되며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 속에서 창업자의 지나친 애착이 기업의 성장에 ‘독(毒)’이 됐던 경우도 많이 지켜봤다. 뇌 활동 영상 연구로 살펴봤듯이, 기업에 대한 창업자의 애착이 각별해 자신과 동일시하면 할수록 그의 뇌는 본인의 회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한다는 사실 또한 새겨봐야 한다.
배태준 한양대 창업융합학과 조교수 tjbae@hanyang.ac.kr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