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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살련다

입력 | 2019-06-19 03:00:00

두 번째 산문집 낸 문태준 시인




문태준 시인은 소통의 첫걸음으로 “나와 남을 대등하게 여기고 나와 남을 바꾸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제가 무슨 구도자처럼 비칠까 봐 걱정입니다.”

시 ‘가재미’로 잘 알려진 문태준 시인(49)이 10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마음의숲·1만4800원)다. 첫 번째 산문집 ‘느림보 마음’(2009년)에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책에서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만난 문장과 경험을 소개한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만난 그는 불교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스님들의 영향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마음을 닦기 시작한 건 2012년 인도에 다녀온 이후라고 했다.

“새벽같이 기도를 하고 엄격하게 음식을 가려 먹고…. 신성(神聖)이 깃든 현지인 힌두교 가이드의 생활 방식에 불에 덴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 내 집 마련의 꿈과 아이들에 대한 기대 같은 바깥의 열망에 사로잡힌 제 삶이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비탈길에서 질주하듯 살아선 안 되겠다 싶어 불교 수행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맑은 문장을 자주 곱씹고 자주 걸었다. 핵심은 나의 내면에 타인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그는 인생은 관계 위에 쌓은 모래 만다라 같다며 타인과 말 마음 감정을 정성껏 주고받되, 그 속에서 싹튼 시기 질투 증오 같은 불순물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그저 오고가는 바람을 바라보지요. 나무처럼 마음을 드나드는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조해야 합니다. 그러면 솟구치는 화와 뾰족한 말, 경박한 뒷담화 같은 것들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로를 물고 뜯는 공인들의 말과 태도는 가시덤불처럼 느껴진다. 설득이 아닌 상처를 주기 위해 던지는 비수 같다. 문 시인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류는 하나의 내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서로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가치가 경시되고 있고, 특히 정치인의 말은 소시민들이 소화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쉰을 바라보면서 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시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중견에 가까워지면서 사람 속에 있는, 세상과 가까운 시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