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캐릭터 ‘센 여주인공’ 대세
웹툰 ‘더블랙LABEL’에서 범죄조직의 간부인 ‘주원’이 기업의 이권에 방해되는 인물을 협박하는 장면. 다음웹툰 제공
가상의 국내 굴지의 무역상사 ‘더 블랙 인터내셔널’은 대외적으로 선행을 베풀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1등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범죄와 불법을 일삼는 기업형 조폭이나 다름없는 곳. 이 기업에는 알려지지 않은 별도 조직 ‘블랙라벨’이 있는데, 주로 범죄를 도맡기 위해 만들었다. 구성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블랙라벨’은 남성과 싸우는 과정에서 ‘신체적 페널티’를 인정하고 시작한다. 그 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할수록 강함’을 추구하며 결국 남성들을 무릎 꿇린다. 김태희 작가의 다음(DAUM) 웹툰 ‘더블랙LABEL’은 남성의 전유물이던 누아르 액션을 여성 캐릭터로 변화시킨 대표 사례다. 독자들은 “보고 싶던 여성 누아르물” “여자가 주연인 웹툰 탄생”이라는 반응과 함께 여성 캐릭터의 신선한 반전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웹툰 ‘어글리후드’에서 평소에는 평범한 여고생으로 지내지만 불평등한 계급 질서와 폭력에 맞서 초능력과 폭력을 함께 쓰는 여자 주인공 ‘엘사’. 네이버웹툰 제공
남성 주인공에 전형적 여성상을 투영해 ‘미러링’(mirroring·따라하기) 요소를 가미한 웹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삼 작가의 네이버 웹툰 ‘부로콜리왕자’에서는 주인공이 “울 엄마는 매일 내게 말했지. 항상 남자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밖에서 사랑받는다고”라며 여성에게 강요된 성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웹소설 ‘재혼황후’는 남편과 정부의 불륜 때문에 상처받은 황후의 시각에서 서술한다. 그는 당당하게 황제에게 재혼 승인을 요구한다. 네이버웹툰 제공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다룬 웹툰이 없던 건 아니지만 2∼3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여성 독자가 바라는 서사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며 “작가들도 페미니즘 이슈를 반영해 남녀 역할을 뒤집거나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을 더 많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