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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과학기술로 인한 사회변화 담고 싶어요”

입력 | 2019-06-19 03:00:00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펴낸 SF계 샛별 김초엽




김초엽은 영향을 받은 SF 작가로 국내에서는 김보영과 정소연을, 해외에서는 옥타비아 버틀러를 꼽았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낸시 크레스의 ‘허공에서 춤추다’. 동아시아 제공

“한국에서는 공상과학(SF)에 대한 이미지가 지나치게 과학 중심으로 쏠린 것 같아요. SF 장르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추상적인 질문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18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취재진 앞에 선 신인 작가가 당돌하게 말했다. 7편의 SF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1만4000원·사진)을 펴낸 김초엽(26)이다.

그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2관왕에 올랐다. 죽은 사람의 마음을 저장하는 마인드 도서관에서 엄마의 마인드를 찾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관내분실’로 대상을, 신기술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과학자를 그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받았다. 책에는 이를 포함해 외계생명체와의 소통을 다룬 ‘스펙트럼’, 실패한 여성 우주인의 내면을 들여다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이 실렸다.

“과학 기술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그리는 게 SF라고 생각해요. 기술로 인한 소외와 편리,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개인의 변화 같은 것들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7편의 작품은 과학을 소재 삼아 기발한 상상력으로 도약한다. SF 장르지만 이야기에 흐르는 정조가 차갑지는 않다. 소수자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듬어 인간미가 짙게 배어난다. 청각장애가 있는 그는 “페미니즘, 인권, 소수자성에 관심이 많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실패한 사람, 즉 소수자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 SF와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점도 독특하다.

“어느 쪽으로 읽혀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SF 장르가 주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외감이 대표적이에요. 광대한 우주와 유구한 시간 속에서 기존 인식을 깨는 건데, 해외에서는 이 지점을 SF 비평의 중요한 잣대로 여깁니다.”

각종 과학 기술을 다루지만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는 “기술을 설명하는 장면은 의식적으로 간략화하고 있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태도와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