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노수광. 사진제공|SK 와이번스
흙으로 더럽혀진 유니폼은 허슬 플레이의 상징이다. 주로 주루나 외야 수비를 펼칠 때 혼신의 힘을 담아 그라운드에 몸을 던져 얻는 영광의 흔적이라 그렇다. 꼭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팬들의 마음을 들끓어 오르게 만드는 장면이다.
SK 와이번스 노수광(29)의 유니폼은 흙으로 뒤덮이는 날이 유독 많다. 빠른 발로 베이스를 훔치거나 외야에서 ‘슈퍼 캐치’를 선보이는 날이 빈번해서다. 그 스스로도 흙바닥을 뒹구는 데 대한 거리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흙으로 유니폼이 더럽혀지는 날이 많으면 체력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정신적으로는 개운한 느낌이 든다”며 웃는다. 이런 노수광 특유의 ‘근성’은 팬들이 그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매사에 긍정적인 ‘노토바이’도 잠시 삐걱대던 때가 있다. 2018시즌 리드오프를 맡아 타율 0.313에 161안타, 93득점을 남기며 확실한 득점원 역할을 했는데, 2019시즌에 들어서는 초반부터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내내 1할 대 타율에 그치다가 5월 중반에서야 2할대로 올라섰다. 이는 수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국 소홀한 수비에 대한 책임을 물어 5월 26일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약 3주간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노수광은 19일 “나도 모르게 몸이 처지더라. 2군에 내려가서 가장 먼저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했다. ‘나는 왜 안 될까’라는 고민은 버리고, 연습에 집중하면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꿨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부족했던 타구 판단을 비롯해 수비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이를 지켜본 염경엽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노수광을 두고 “2군에서 보낸 시간이 앞으로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믿음을 보냈다.
이제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놨다. 대신 최고의 무기인 끈기는 더욱 강해졌다. 노수광은 “더 잘하려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하는 데 온 신경을 쏟고 있다. 그것 하나 뿐”이라고 했다. 어쩌면 갈색 빛이 된 노수광의 유니폼을 더욱 자주 보게 될지 모른다.
광주|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