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15일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북한 어선이 실제론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삼척항에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주민 신고가 있을 때까지 북한 어선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허술한 해상·해안 경계태세가 낳은 해상판 ‘노크 귀순’이었다. 더욱이 군은 축소·거짓 발표로 사실을 호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어제에야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은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사흘 동안이나 인근 해상을 떠돌다 NLL 남쪽 130km의 삼척항 부두에 정박할 때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출동했다. 어선의 남하가 아닌 무장병력의 침투였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도 군은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뻔뻔한 거짓 발표를 했다. 그러다 현지 주민의 증언과 촬영사진까지 나오자 뒤늦게 경계 미비와 실책을 인정했다.
군이 어제 내놓은 해명은 이틀 전 발표와 크게 달랐다. 군은 당초 북한 어선 발견 지점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밝혀 해상에서 발견한 것처럼 둘러댔다. 명백한 경계 실패를 감추려 한 것이다. 또 북한 어선은 애초부터 귀순하기 위해 남하한 것이지,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도 아니었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귀순을 감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 어선을 선장의 동의 아래 폐기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론 아직 폐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남하 경로를 밝힐 중요 증거를 서둘러 은폐하려는 게 아니라면 무슨 의도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