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영업기밀’ 주장에 막힌 국민 알권리
하지만 이런 첨가물이 화학적 변화를 거쳐 연기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담배 한 개비에는 얼마나 많은 유해성분이 들어있는지 국내 흡연자들은 전혀 알 수 없다. 한국에서는 담배 성분과 흡연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 정보를 담배회사들이 정부에 제출하거나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건강진흥개발원에 따르면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담배에 함유된 성분과 정보를 담배회사가 정부에 제출하는 국가는 67개국이다. 이 중 51개국은 담배 성분과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담배 판매를 승인 받을 때 담배의 유해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식품의약국(FDA)에 내야 한다. 프랑스는 각 첨가물을 왜 넣었는지 그 이유까지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각 담배의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 함유량을 담배회사로부터 독립된 실험실에 의뢰해 검사한다.
이처럼 건강과 관련된 국민의 알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담배회사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담배 성분과 관련한 정보들이 베일에 감춰져 있다. 담뱃갑에 표기된 성분은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뿐이다. 유해물질 정보는 ‘니켈과 벤젠 등 6가지 발암물질이 담배연기에 포함돼 있다’는 담뱃갑 경고 문구가 전부다.
이는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제품의 성분 공개 기준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화장품은 전체 성분 표기제가 적용돼 화장품에 사용한 모든 성분을 공개해야 한다. 일례로 AHC의 ‘내츄럴 퍼펙션 선스틱’에 함유된 655개 성분은 온라인상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신호상 교수는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성분이라도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해 연기로 흡입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담배 성분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제조사가 마음대로 첨가물을 넣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담배 유해물질 분석에 드는 인력과 비용 부담을 제조사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는 “식품이나 의약품은 제조사가 안전성을 검증하도록 돼 있다”며 “담배 역시 제조사가 유해성 검증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