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서 2020 재선 출정식 기자들 가리키며 “저기 가짜뉴스” “일자리 600만개 창출 실업률 최저” 76분 연설 대부분 경제성과 자찬 재선후 공약-청사진 제시는 없어
지지자들 환호 업고 ‘재선 출사표’ 1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센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출정식에서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인 캐런 여사(왼쪽부터)가 박수를 치며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올랜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오후 8시 미 남부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센터에서 재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폭염과 소나기를 뚫고 운집한 약 2만 명의 지지자 앞에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지키겠다”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4년 전 뉴욕 맨해튼에서 취재진 200명을 두고 출마를 선언하던 부동산 재벌이 아닌 세계 최강대국 현직 대통령의 힘과 권위가 느껴졌다.
그는 약 76분간의 연설 대부분을 경제성과를 강조하고 민주당, 언론,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썼다. 재선 후 구체적 공약 및 청사진 제시는 없었다. 이날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언급하면서도 “공정하고 좋지 않으면 (무역협상) 합의를 아예 하지 않겠다. 중국이 미국을 호구(suckers)로 여겼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공격적 행보가 지지층 결집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 워싱턴타임스는 트럼프 캠프가 이날에만 2480만 달러(약 298억 원)을 모아 일일 모금액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을 파괴하는 사회주의자”라며 “슬리피 조(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우리가 ‘마술 지팡이’를 찾았다고 말해줘야 할 것”이라며 맹공격했다. ‘마술 지팡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성과를 강조할 때 쓰는 표현이다. 1967년 쿠바에서 이민을 왔다는 마리아 데레로 씨(71)도 “사회주의를 막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오물을 청소(drain the swamp)하겠다고 했고 정확히 그 일을 하고 있다. 그게 바로 오물들이 악랄하고 격렬하게 반격하는 이유”라며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등을 비난했다. 기성 정치권을 ‘오물’로 칭한 4년 전과 달리 자신의 반대파를 정면 겨냥했다. 지지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분열적 선거 운동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사의 일등공신은 대통령 가족들이었다. 장녀 이방카 부부, 차녀 티퍼니 등도 있었지만 특히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의 역할이 돋보였다. 에릭은 무더위 속에 줄을 선 지지자를 위해 야외무대에서 아내와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우리가 다시 민주당을 물리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찬조 연설 때는 임신 중인 아내의 배를 가리키며 “이 아이도 공화당원이 될 것”이라며 박수를 이끌어냈다.
참가자들은 이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행사장 앞에서 노숙했다. 경찰은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줄을 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 편에 차벽을 설치했다. 이날 오후 4시 입장이 시작된 후 일부는 더위에 지쳐 실려 나갔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검색대 앞에서 입장객의 소지품을 두 번씩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은) 훌륭한 합의”라고 했다. 북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민주당도 26, 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20명의 후보가 참가하는 첫 TV토론을 시작으로 경선 일정에 돌입한다.
올랜도=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