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이 상산고등학교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결정하면서 교육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교육부가 제시했던 재지정취소 기준점인 70점은 넘겼지만 전북교육청이 설정한 점수인 80점에는 미달했기 때문에 기존 원칙을 지키느냐 교육자치를 존중하느냐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김성근 학교정책실장은 20일 오전 11시 기자들을 만나 “학교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부당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시도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취소할 경우 10일 후 해당 학교의 청문을 거친 뒤 20일 이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신청해야 한다. 동의신청을 접수한 교육부는 자문기구인 지정위원회는 심의를 거친다. 교육부 장관은 지정취소 동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동의여부를 결정하고, 필요시 2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면 비로소 교육감이 지정 취소 및 일반고 전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난 2014~2015년 1기 재지정평가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감의 지정취소 결정도 없던 일이 된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에 제시한 자사고 재지정 커트라인은 70점이다. 이 역시 1기 기준이었던 60점에서 10점을 올린 점수다. 이에 대부분 시도교육청이 기준점수를 70점으로 정했지만 전북교육청은 그보다 10점 높은 80점을 기준점수로 제시하며 ‘표적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교육부의 동의 여부는 3개월, 최대 5개월까지 소요될 예정이다. 빠르면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지만, 다른 시·도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까지 한 번에 심의하며 늦어질 경우 고입시행계획이 확정되는 9월 6일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공을 넘겨받은 교육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기준점을 70점으로 정했기 때문에 재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자사고 재지정평가 관련 권한이 각 시도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한다면 교육자치를 무시했다는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상산고의 재지정 취소를 결정할 경우 교육부가 당초 지침과 상관없이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교육감은 물론 교육부까지 소송전에 휘말릴 여지도 있다.
김 실장 역시 “전북교육청이 다른 교육청과 달리 독자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한 만큼 여러가지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학부모들도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납득)될 수 있도록, 부당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도록 공정성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자사고 지정취소를 심의할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 인적구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위원회는 10명으로 구성되나, 모든 심의가 끝난 뒤 위원 신상을 제외한 전문영역에 한해 공개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당연직 위원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김 실장은 “위원들이 공정한 심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앞으로도 명단과 신상은 비공개 방침”이라며 “지정위원회는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적합성을 구성됐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