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호잉.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가 마치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듯 6월 들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급기야 최하위 추락을 우려할 처지에 놓였다. 늘어나는 패배로 인해 팀 안팎이 시끄럽다. 외국인타자 제라드 호잉(30)을 둘러싼 교체 논란 역시 마찬가지. 5월에만 타율 0.310, 3홈런, 14타점으로 반짝했을 뿐 부진이 거듭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한용덕 한화 감독은 호잉에 대해 변함없이 신뢰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차례 “교체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속사정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 다만 ‘출구전략’을 검토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 근본 원인은 이용규의 이탈
현 시점에선 호잉을 ‘안 바꾸는 게 아니라 못 바꾼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른다. 2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올 시즌 한화의 외야 상황을 빼놓고선 해법에 다가설 수 없다. 호잉을 교체하기가 그리 간단치 않은 근본적 이유다.
당초 한화의 주전 외야진은 좌익수 이용규~중견수 정근우~우익수 호잉이었다. 그러나 타순과 포지션 이동(중견수→좌익수)에 불만을 품은 이용규가 시범경기 도중 트레이드를 요청한 뒤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활동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만사가 헝클어졌다. 정근우도 중견수 정착에 실패해 2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을 겪으며 5월 이후로는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호잉은 이런 국면에서 외야수비의 버팀목이다. 우익수는 물론 중견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호잉의 교체는 결국 시즌 도중 외야진의 전면개편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와 직결된다. 외야에서도 세대교체 또는 리빌딩을 시도하고 싶어도 중심축은 있어야 하는데, 호잉마저 빠지면 ‘밑 빠진 독’이 되기 십상이다.
● 7월까지 남은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필사의 반등을 꾀한다면 외국인타자 교체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한 가지 제약요소가 있다. 시간이다. 외국인선수의 교체는 7월말까지가 시한이다. 7월 이후에도 바꿀 수는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시 출전시킬 수 없다.
대전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