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은 숲, 자왈은 넝쿨과 가시나무 따위가 엉클어진 덤불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 방언이다. 투수성이 좋은 용암지대라는 지질 및 지형적 특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용암 암괴 위에 있는 숲이나 덤불’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17도 내외의 신선한 공기가 연중 올라오면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이 때문에 남방계 식물인 천량금, 탐라암고사리, 개톱날고사리와 북방계 식물인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이 공존한다. 국내 양치식물 가운데 80%를 곶자왈에서 확인할 수 있고 노루, 곤충, 철새 등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곶자왈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통로이기도 하다. 시간당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도 한 시간 뒤면 말짱할 만큼 지하로 스며든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곶자왈에서 땔감, 숯, 약초 등을 얻었고 제주도4·3사건 때는 난리를 피하는 은신처이기도 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