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이 어제 전주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하고 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산고가 이번 재지정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아 0.39점 차로 기준점수(80점)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 달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상산고는 즉각 행정소송 및 사법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라 학교 현장의 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모두 24곳이다. 유독 전북도교육청만 재지정 기준점수를 교육부 권고안(70점)보다 높은 80점으로 해 사실상 폐지를 위한 수순 밟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이사장이 1981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상산고는 그동안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국적인 명문고로 성장했다. 이번 평가에서도 학생, 학부모, 교원의 학교만족도 등 15개 지표에서 만점을 받아 8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다른 시도 자사고라면 재지정이 되고도 남을 점수를 받고도 폐지 위기에 처했으니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결정을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 상산고는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려는 김대중 정부 정책에 호응해 2002년 자사고로 전환됐고, 도 단위가 아닌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이다. 만약 자사고 취소에 동의한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학교를 비롯해 학생, 학부모도 독단적인 평가에 반발하고 있고, 법적 다툼 등 소모적 갈등만 이어질 뿐이다. 교육자치 운운하며 뒷짐 질 상황이 아니다.
미래 사회에 대응할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마당에 수월성·다양성 교육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인적자원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제 자사고 지정 취소를 발표할때 전북도교육감은 외부 특강을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아까운 학교를 잃게 됐다며 상복시위를 벌인 학부모들을 외면한 그는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를 한 곳이라도 만들어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