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제, 시민이 아이디어 제안하고 선정된 사업 예산 직접 편성… 숙의제는 정해진 사업의 예산 심의 “특정지역 이익에 휘둘리기 쉽고… 시의회 예산심의와 업무 겹쳐” 지적
○ 핵심은 시민참여·숙의예산제
서울민주주의위원회(민주주의위)는 서울시의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에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민관 합의제 기구다. 민주주의위의 핵심은 시민참여예산과 시민숙의예산이다.
시민참여예산제(참여제)는 시민이 제안한 사업이나 정책 아이디어 가운데 선정된 것의 예산 편성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2012년 시행돼 현재 시민 300명이 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번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으면 민주주의위 기능으로 편입될 예정이었다.
숙의 주체는 사업(정책) 대상이 되는 시민과 전문가, 공무원 등의 ‘좋은예산시민회’다. 주제별로 15∼20명의 위원이 모여 사업 내용과 예산 규모 등을 논의한다. 지난달 활동을 시작했다. 좋은예산시민회 회의에는 ‘온시민예산광장’의 온라인 의견을 반영하도록 돼있다. 온시민예산광장은 참여제 위원 300명과 시가 무작위 추출하거나 시 예산학교를 수료한 시민들로 구성된 온라인 논의기구다. 숙의를 거친 예산은 민주주의위 의결을 거쳐 시 예산안에 편성된다.
○ 숙의제의 숙제, 대표성과 전문성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애를 키우니까 육아가 제일 중요하다’ 같은 생각은 위험합니다.”
이달 초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사회혁신 분야 좋은예산시민회 3차 회의 끝 무렵 한 위원이 숙의제가 사적 이익을 대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숙의제의 가장 큰 숙제는 숙의제에 참여하는 시민의 대표성이다. 좋은예산시민회 위원은 분야별로 시의 해당 부서에서 임의로 정한다. 이들이 과연 전체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느냐, 특정 이익을 대변할 우려는 없느냐는 물음에 서울시도 뾰족한 답은 없다. 또 시민이 선출한 시의원보다 대표성이 부족한 시민이 먼저 예산 심의를 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과 함께 사실상 시의회의 중요 업무인 예산 심의와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할 시민 확보도 만만치 않다. 전화로 무작위 추출해 1000명을 모집하려면 두 달가량 걸린다. 이번 조례안이 통과됐어도 올해는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하다.
시정(市政) 전반을 파악하지 못한 채 개별 사업이나 정책에 대한 예산을 숙의하려면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을 시민들이 갖출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