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정치부 기자
국회 사무처가 이달 5일 개원 71주년 체육대회에 쓴 돈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보다 좀 더 적었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예정됐던 행사였는데 전날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미뤄져 치러졌기 때문이다.
행사 진행을 맡은 용역업체와 계약한 금액은 원래 1919만 원이었다. 일정을 미루면서 위약금 조로 1129만 원이 추가됐고, 결국 행사 진행 계약 금액은 3048만 원으로 늘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다.
당초 사무처에서는 행사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닷새를 미뤄 진행했다. 국회 관계자는 “업체 측에 비용을 미리 지불했는데, 행사 직전에 갑자기 취소하면 계약금을 거의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데다 국회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니 마냥 미룰 수도 없어 불가피하게 정한 날짜라고 덧붙였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였다지만 체육대회를 연 것을 반드시 나쁘게만 봐야 하느냐는 말도 있다. “어느 조직이나 봄철 단합대회는 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결정 곳곳에서 드러난 국회의 공감능력 부족이 아닐까 싶다. 고민 끝에 행사를 닷새 미뤘다고는 하지만 헝가리 참사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여전히 허블레아니호는 물속에 잠겨 있었다. 다뉴브강 곳곳에서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졌다.
이를 의식했는지 유인태 사무총장은 “피해자들을 위로한다”며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식순에서는 BTS 댄스 따라잡기처럼 문제의 소지가 큰 항목만 빠졌을 뿐이었다. 총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오히려 1시간 늘었다.
한 직원은 “‘난장판 국회’에 지치고, 대형 참사까지 일어나서 마음이 무거운데 체육대회로 누구를 격려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회 파행으로 국민들 보는 눈들이 따가운데, 체육대회를 강행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좋든 싫든 ‘민의의 전당’으로 불린다. 뭐를 하든 국민 마음부터 헤아려 보는 게 순서인 듯하다.
홍정수 정치부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