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시 비평집 동시 출간한 문학평론가 유종호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온 유종호 평론가는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3권의 책으로 그리스 비극 전집, 서양 시 전집,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꼽았다. 동아일보DB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서 18일 만난 그는 “65세 이후 책을 15권 정도 냈다. 나이가 들수록 소설이나 시는 근력이 달린다고 하는데 비평은 오히려 보는 눈이 깊고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킨들’로 활자를 키워 독서를 즐긴단다.

책에서는 사회 문제 전반을 다루지만 특히 소수자성에 주목한다. 그가 그리는 바람직한 사회는 소수자가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 하지만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노인 혐오, 군대 직장 가정 내 가혹 행위와 갑질이 연일 매스컴을 탄다. 그는 “누구나 공격적이고 타인을 희생시키고 싶은 경향을 지녔지만 우리 사회는 정도가 심하다”며 그 이유를 과거 사회 분위기에서 찾았다.
“조선 시대 노비 인구는 40%가 넘었어요. 당시 사람을 천대하던 문화는 갑질의 원형으로 보입니다. 주자학에 기반해 적과의 동행을 터부시하는 정치 문화는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고요. 우리는 타협에서 야합의 뉘앙스를 떠올리는데 타협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에요.”
악습을 끊기 위한 노력으로는 ‘윤리적 사고’를 제시했다.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