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잇단 지정취소 결정 파장]교육현장-학부모-정치권 반발 확산 전국 각지서 온 학부모 250여명 “학교 살려내라” 항의… 일부 울먹여 김승환 교육감은 자리 비우고… 전북교육청은 보도자료 달랑 1장 정운천 의원 “교육부와 재지정 담판”… 전교조는 “자사고, 공교육 파행 초래”
전주-서울서 “자사고 폐지 반대” 전북 전주시 상산고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소식이 전해진 20일 학부모들이 완산구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평가 결과에 항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전 서울의 22개 자사고 학부모들도 중구 정동에서 집결한 뒤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전주=박영철 skyblue@donga.com / 송은석 기자
20일 오전 11시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교육청 출입문 앞. 검은색 옷을 입은 상산고 학부모 250여 명이 곡소리를 냈다. 누군가 “전북 교육을 위해!”라고 외치자 커다란 근조 화환 4개를 향해 절도 했다. 조화에는 “전북 교육은 죽었다!” “교육감은 우리 학교 살려내라!”라고 쓰여 있었다.
상산고 학부모들은 이날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전북도교육청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왔다. 강계숙 상산고 학부모 비대위원장은 “전북에서 온 학부모보다 서울 경기 강원 제주 등 전국에서 온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상산 1000명(학생 수) 단칼에 베어내는 망나니” “거지 같은 행정 절차 엿 먹어라”라는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었다. 교육청 중앙 출입문에는 “상산은 모든 룰을 지켰습니다. 김승환 교육감님 당당하십니까”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김 교육감을 닮은 캐릭터 머리를 ‘뿅망치’로 내리치며 ‘자격 미달!’이라고 쓴 현수막도 보였다.
일부 학부모는 울먹였다. 전남 해남에서 온 학부모 김은자 씨는 “아이가 전국에서 온 훌륭한 친구들과 공부하고 싶다고 해 상산고에 지원했다”며 “과외 한 번 안 받고도 배우는 게 너무 많다는데 폐지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추진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전북도교육청의 보도자료는 1장이었다. 상산고 평가와 관련해서는 총점(79.61점) 외에 다른 내용은 없었다. 기자들이 요구하자 나중에야 평가지표별 점수를 공개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자사고는 사교육 팽창 등의 문제로 공교육 파행을 낳았다”며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심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평가라면 교육감은 재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5년간의 학교 운영 평가에서 자사고의 지정 목적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받았으니 취소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나 yena@donga.com / 전주=박영민 / 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