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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죽이기” 비판의 목소리에…침묵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입력 | 2019-06-21 17:23:00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근조화환을놓고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 News1

전북도교육청이 전날 전주 상산고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지정 취소할 방침을 밝힌 뒤 21일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일제히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도교육청이 자의적으로 상산고 죽이기를 했는지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열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상대로 현안질의에 나설 예정이다.

교육계는 현 정부의 무리한 자사고 폐지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북도교육청만 자사고 평가 기준이 10점 높았는데 왜 그런 기준을 세웠는지, 기준에 따라 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그 배경과 의도를 (현안질의를 통해)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현안질의에는 김 교육감 외에도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등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한 5개 시도교육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신경민 의원도 “15년 이상 자사고로 운영된 상산고와 이명박 정부 때 우후죽순 생긴 수도권 자사고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역 인재 양성, 지역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북 지역 의원들은 “유은혜 부총리와 담판을 지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선 김 교육감은 일체 언론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상산고 발표 전날은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설명 요구에 24일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이마저 취소했다.

전주 상산고등학교. © News1

논란이 커지면서 상산고 사태의 최종 결정권을 쥔 유 부총리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철학이 ‘자사고 폐지’ 및 ‘초중고 교육 권한의 시도교육청 이양’인데 유 부총리가 전북도교육청의 지정 취소를 뒤집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 반발과 정치권 압박이 거세고 전북도교육청의 평가 방식을 두고 법적, 논리적 모순이 많은 만큼 유 부총리가 합리적으로 제동을 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여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 청와대도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부담을 느낀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부는 유 부총리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의기구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사’ 논란을 낳고 있다. 상산고뿐 아니라 7월 중 발표될 서울 지역 13개 자사고들은 재지정 평가와 관련해 교육부 내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해당 위원들은 2년 임기로, 2017년 8월 구성돼 올해 8월까지 활동한다. 교육부는 이 위원 명단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평가에서 정성평가 비중이 절반이 넘는데, 위원들의 ‘성향’을 은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북도교육청이 7월 둘째 주까지 그동안의 회의 결과와 평가 근거 자료 등을 교육부로 보낼 예정”이라며 “각 지표별 평가의 정당성을 세세히 따져보고 그에 따라 7월 중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가 끝나면 위원 명단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