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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책기조 확 바꿔 ‘反 기업 정책실장’ 우려 씻어내라

입력 | 2019-06-22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정책실장과 경제수석비서관을 교체했다. 김수현 실장 후임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수석 후임에는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을 부인했지만 임명된 지 각각 7개월, 1년이 채 안 된 시기에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바꾸는 것은 현 정책 기조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김 신임 실장은 재벌개혁 전도사 혹은 대기업 저격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반(反)대기업 정서가 강한 인물로 각인돼 있다. 그는 어제 취임 인사에서 “정책 기조의 일관성은 유지하겠다”면서도 “정책을 보완하고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어떤 정책들에서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것인지 앞으로 차차 구체화되겠지만 최소한 이제까지 대기업에 보여 왔던 적대적 태도는 버려야 한다. 초대 장하성 실장, 2대 김수현 실장에 이어 3대째 연이어 참여연대 출신이 정책실장을 맡게 되자 벌써부터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다. 2019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미중 무역전쟁 등 악재성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규제혁신에 실망감을 못 이긴 기업들의 탈(脫)한국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김 실장과 이 수석에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는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알리고 이념이나 진영논리가 아닌 실사구시 차원에서 경제정책의 방향을 새로 정하도록 보좌하는 것이다. 다시는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거나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의 눈 가리기 보고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또한 ‘청와대 정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부처들이 소신껏 일을 하게 밀어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번 청와대 경제팀 교체가 현 정부 임기 내 성과를 낼 거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구호로만 요란했던 규제혁신에 가속페달을 밟고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기존 정책들에 과감한 변화를 주어야 한다. 얼굴만 바뀐 경제팀 교체에 그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