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부산 정산인터내셔널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공장에서 원단, 합성피혁, 인공피혁을 생산하는 종합소재기업 정산인터내셔널 생산공장 내부 모습(왼쪽 사진). 생산현장에서 직원들이 원단 재단작업을 하고 있다. 정산인터내셔널 제공
부산 경제의 심장인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정산인터내셔널 본관 입구에 들어서면 이같이 적힌 푯말이 눈길을 끈다. 정산인터내셔널은 신소재를 개발하며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종합소재기업이다. 변화와 혁신, 기술력과 품질, 다양한 제품군을 무기로 임직원 610명이 혁신은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똘똘 뭉쳤다.
정산의 모태는 1967년 출범한 대우실업㈜이다. 석유에서 추출한 원사(原絲)로 만든 원단을 염색 가공해 의류 봉제품, 인조피혁 등을 생산했다. ㈜대우와 ㈜대우인터내셔널로 회사명이 바뀌며 승승장구하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무리한 사업 확장의 여파로 2013년 11월 태광실업㈜으로 넘어갔다.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파트너사인 태광은 2014년 1월 ㈜정산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산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해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은 부산 본사에 50명, 베트남 공장에 10명으로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베트남 공장은 혁신과 고객만족을 위해 2015년 1월 지었다. 올해와 내년 투자비 700억 원 중 절반은 연구개발비다. 연매출 2000억 원을 감안하면 과감한 투자다.
정대호 기술연구팀 팀장(48)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자율주행자동차 시트패드 개발 등 2개 국책과제에 선정될 만큼 신소재 연구개발에 강점이 있다”며 “사람이 곧 회사 경쟁력이고 미래”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전무를 지내다가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홍성안 대표이사(58·사진)는 “남들이 안 하는 것, 남들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경영전략”이라며 “내년 정도면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을 융합한 결과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 전문성, 자신감의 머리글자를 합친 ‘주전자’ 정신을 주문한다. 주인의식과 전문성, 자신감이 없으면 경기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고용 안정성과 복리후생도 정산의 자랑이다. ‘행복한 직원, 행복한 회사’를 지향하며 3년 전 녹산공단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바른 어린이집’의 건립분담금 4200만 원을 지원했다. 여직원은 임신 출산 육아휴직까지 1년 5개월을 육아에 전념한 뒤에도 복직이 가능해 고용불안도 없다. 여직원 약 80명 중 약 40명이 기혼이며 장기근속자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했다는 5년 차 김윤지 경영기획팀 대리(29)는 “직원을 위한 회사의 배려는 상상 이상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자랑했다. 임직원들이 서로 결의를 다지고 소통할 수 있는 족구대회, 부별 야유회,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산행 같은 행사도 연중 이어진다.
이 같은 탄탄한 기업 성과와 활동의 밑바탕에는 건전한 노사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박배옥 정산 노조위원장(58)은 노사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근로자의 날에 정부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홍 대표는 “50년 역사의 노하우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 고용 창출은 물론 지역과 상생하며 따뜻함을 나누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