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9>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교통대책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 행사장에 마련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 축소 모형. 라이프치히=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19년 한국은 교통뿐 아니라 교통안전 분야에서도 세계 선진국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부터 3일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 교통장관회의에서 세계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 안전까지 준비하는 모습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교통장관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행사장인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 1층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전시관을 마련했다. 행사장 한쪽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18개 전시관에서는 독일철도(DB), 터키항공 등 세계적인 교통기관과 기업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사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부스마다 참가자들이 북적였다.
K-City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한 자율주행차 실험시설이라는 점에서 이번 교통장관회의의 주제인 ‘연결성’을 상징했다. 차량이 다른 차량, 교통시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대용량, 초고속 무선통신이 필수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자율주행차 실험시설 구축에 그치는 동안 교통안전공단이 삼성전자와 K-City에 5G 통신망을 구축한 이유다.
교통안전공단뿐 아니라 국내 여러 교통 관련 기관들이 한국 교통의 분야별 우수성을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서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을 소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국제 여객수송 세계 5위, 화물수송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제2여객터미널을 개항한 성과와 함께 2023년까지 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 공사를 벌이는 ‘4단계 사업’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객과 물류 수송 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ViewT)’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철도망이 대륙으로 연결되는 시대를 대비해 개발된 기술도 외국인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쓰는 철도 궤도는 궤간이 1435mm인 ‘표준궤’다. 반면 유럽과 연결되는 러시아 철도는 1520mm ‘광궤’를 써 한국의 열차는 러시아 철로 위를 달릴 수 없다. 이 때문에 국경에서 열차 바퀴를 각 궤간에 맞춰 바꿔 끼우거나 두 궤간 선로를 모두 놓아야 한다.
한국 전시관들을 둘러본 리옌훙 중국교통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의장국인 한국의 교통기관들이 이번 회의에 전시한 것들이 흥미로웠다. 한국이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통신장애 등 돌발상황 실험수준 더 높일것” ▼
한국교통안전공단 권병윤 이사장
22일(현지 시간) 국제교통포럼 행사장인 독일 라이프치히 콩그레스센터에서 만난 권 이사장은 각국의 교통안전 기관장과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교통안전 분야 성과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권 이사장은 “60개 국가의 교통장관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자율주행차 실험도시(K-City)’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시대의 교통 연결성과 관련한 한국의 노력과 성과를 소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은 그동안 자가용 차량의 이용에 제약이 많았던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의 주제 ‘연결성’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권 이사장의 생각이다.
권 이사장은 특히 K-City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행사장에 마련한 K-City 축소모형을 통해 K-City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교통안전공단과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협력을 희망하는 국내외 기관들의 의사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이사장은 “올해 K-City 실험 수준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여러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상환경과 통신 두절을 재현하는 시설을 마련하고, 보행자 감지나 끼어들기 등 혼잡 환경을 실험하기 위한 로봇 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이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통 서비스를 갖춘 교통 분야 선두주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권 이사장은 “최근 교통은 기존의 보행, 자전거, 자가용, 대중교통뿐 아니라 승차 공유 같은 새 모델로도 거듭나고 있다. 교통 수요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끼리의 정보 공유 분야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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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