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 친서’에 만족 표시
시진핑과 ‘산책 대화’ 나누는 김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 왼쪽)이 21일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날 김 국무위원장이 주최한 평양 환영만찬 연설에서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더 큰 공헌을 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북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양=신화통신 뉴시스
○ 김정은, 시진핑 만난 뒤 트럼프와의 친서 교환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밀월을 과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23일 1면 머리기사로 김 위원장이 직접 친서를 읽어보는 사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전인 20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17일 진행된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작성한 생일 축하 편지로, 어제 내게 인편으로 전달됐다”고 한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받았다고 밝힌 친서와 동일한지는 불분명하지만 북-미 정상 간의 ‘친서 외교’로 상황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내세운 유화적 메시지와는 달리 21일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함으로써 대북제재 유지를 분명히 예고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 등 모두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 남북 원포인트 회담은 안갯속으로
복잡한 북중미 정상 외교에도 김 위원장이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김정은과 트럼프 간의 친서 교환을 통해 협상 테이블을 깨지 않겠다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공개됐다”며 “연말께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암묵적 동의가 오고 갔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한국은 갈수록 비핵화 대화 구도에서 소외되어 가는 모양새다. 현재로선 G20 정상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외에는 북핵 모멘텀을 살릴 별다른 계기가 없다. 김성한 원장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역할이 축소된 데다 4강 외교로 대북정책의 축소된 공간을 만회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 전 원포인트 남북회담”은 북측의 화답이 없어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단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와 가시적인 남북 관계의 진전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