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 논설위원
▷에콰도르 측은 지난주 정 씨가 파나마를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는 사실을 이륙 1시간 전 한국에 알려줬다. 검찰은 파나마 공항에서 정 씨를 붙잡아 국내로 송환했다. 미국, 에콰도르, 파나마 등 5개국 검찰과의 공조 산물이다.
▷정 씨의 부친 정태수는 13년째 잠적 중이다. 1997년 ‘한보 사건’으로 징역 15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2002년 특별사면을 받은 정태수는 2006년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의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다가 2007년 해외로 달아났다. 그는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신병 치료차 일본에 가야 한다”며 법원에서 출국금지 해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이 아닌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출국했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 뒤 알려진 정태수의 행적은 2009년경 키르기스스탄에서 금광 사업을 벌였다는 정도다. 이번 송환 실무 책임자인 대검 손영배 국제협력단장은 교비 횡령 사건 때 정태수를 기소한 주임검사다. 아들 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923년생인 정태수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처럼 외국에서 객사한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범죄자가 발 뻗고 편하게 지낼 곳은 지구상에는 없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