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학부모들이 자사고 취소 방침에 반대하며 전북도교육청 앞에 갖다 둔 근조 화환.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교육부는 “절차의 위법, 부당성, 평가적합성 등을 엄중히 심의해 부당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그런데 기자는 의구심이 들었다. ‘평가 지표를 만들었던 다섯 달 전에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엄중히 하겠다는 건가?’
기자는 올 1월 교육부를 취재했다.
“그 부분은 저희도 인지하고 있는데… 교육감님 권한 사항에 대해 여러 차례 상의드렸는데 이전에도 그래서(수정 안 한다고 해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교육부 관계자)
1월 15일 상산고가 교육부와 전북도교육청에 ‘자사고 재지정 평가계획 시정 요청서’를 제출했기에 기자는 교육부에 전북도교육청의 커트라인 수정을 고려하고 있는지 물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차례 “교육감의 입장을 존중해 줘야 한다. 수정을 하더라도 교육청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북도교육청 관계자의 답변은 확고했다. “기준점 재고 여지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통령 공약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기관장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교육부나 전북도교육청은 상산고에 커트라인 수정과 관련된 어떤 답변도 보내지 않았다. 이후 기자는 교육부에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했다. 이달 11일, 또 전북도교육청이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상산고 점수를 심의한 19일에도.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직 점수가 나오지 않아 뭐라고 말하기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이제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고, 책임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상당 부분 지게 됐다. 유 장관은 ‘자사고 폐지’와 ‘초중고교 교육 권한의 교육청 이양 확대’라는 대통령 공약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교육부가 교육감 눈치를 보기보다 학생과 학부모를 더 무서워하며 중심을 확실하게 잡았다면 지금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혼란은 크게 줄지 않았을까.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