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지난 1개월간 수돗물이 포함된 온라인 문서에서 어떤 연관어들이 나왔는지 살펴봤다. 사태, 문제, 피해, 걱정, 난리, 심각 등의 단어가 상위에 들어 있다.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난리’였다. 그리고 안전과 건강이 올라있고 피부, 냄새, 오염 등도 들어 있다. ‘아기’도 비중 있는 연관어로 나온다. 자주 씻겨 주어야 하는 어린아이들을 둔 부모들의 걱정이 다른 누구보다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돗물을 상당히 불신한다. 2017년 상하수도협회에서 전국 1만21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비율은 7.2%에 그쳤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2013년 기준 OECD 국가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50%가 넘는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80%를 상회하고, 칠레와 스위스도 60%를 넘는다. 캐나다, 일본, 프랑스도 40%를 넘지만 우리나라는 한 자릿수(5%)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돗물을 불신하는 것일까. 상하수도협회가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으니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가 41.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22.7%), ‘냄새와 이물질 때문에’(18.5%) 순이었다. 사람들은 물탱크와 수도관 등 보이지 않는 시설들을 믿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돗물과 관련한 정보를 획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취수원의 상황과 수질 상태를 언제든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상수도 배관의 주요 지점에서의 수질도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배관 내부까지도 시민들이 온라인 화면을 통해 확인 가능하도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면 사람들의 인식은 바뀔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기지 말고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