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조언? 바둑 두듯 해야… 상대존중 없인 바둑도 정치도 없어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78·사진)는 자신의 기력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몇 단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이 대표에 대한 비교 우위를 언급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임 총재는 지난해 11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갑자기 사퇴한 뒤 표류해온 한국기원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야구 축구와 달리 바둑은 ‘관중’이라는 기초 재원이 없어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기전 확대에 힘을 쏟겠습니다.”
국내 대표 기전인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그동안 8개 팀 중 2팀이 부족해 5월 전반기 시즌을 제때 시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임 총재가 온 지 한 달도 안 돼 2팀이 채워졌다. 임 총재는 지난해 제정된 바둑진흥법에 대해 일반 원칙을 정해 놓았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바둑진흥법의 공백을 한국기원이 메워갈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트체육인 프로 바둑계를 기전으로 살린다면, 생활체육인 아마 바둑계는 체계적인 국가 지원 시스템을 통해 육성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바둑 두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다. 중학교 때 고 조남철 9단의 ‘위기개론’을 보고 바둑에 눈을 뜬 그는 “아직 동네 싸움바둑에서 벗어나진 못했다”고 말했다.
“바둑 두듯 정치하면 됩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부연 설명을 했다. “바둑을 두려면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바둑을 아예 두지 않거나 불리하다고 엎어 버리지 않는다면 상대와 상대의 수읽기를 존중해야 바둑을 둘 수 있죠. 지금 정치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