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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합참, 北어선 귀순 당일 대책회의…“처음부터 상황 심각”

입력 | 2019-06-24 14:24:00

15일 해경 신고 직후 장관·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 회의
사안 심각성 인식했으나 긴급회의 후 "경계작전 이상무"
문제 인식하고도 성급히 발표…조작·은폐 의혹 도화선
"합동조사단, 경계 실태 조사 중…완료되면 발표할 것"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접안해 귀순한 이른바 ‘대기 귀순’ 사건 발생 당일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당시 회의에서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자력으로 정박했으며, 현지 주민의 신고로 군경이 사건을 인지했다는 내용의 해경 상황 보고서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틀 뒤 언론에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지난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을 비롯한 국방부 및 합참 주요 간부 등 군 수뇌부는 합참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는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사실을 현지 주민이 해경에 신고하고, 해경이 이를 관계 기관에 전파한 직후 열렸다.

군은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할 때까지 해상과 해안 경계를 책임지는 육·해군이나 해경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중대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5일 오전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우리 군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추가 질의에 “전반적인 상황을 다 봐야 하는 부분이니까 인식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군 수뇌부가 주말이었던 사건 당일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해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미뤄 이미 처음부터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7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군의 경계작전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수뇌부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선 사안을 언론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식으로 발표한 셈이다. 이후 군 당국은 북한 어선 귀순 당시 군의 경계 작전 장비 가동이나 근무 투입 인원에 국한해서 문제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후 북한 어선 귀순 경위에 대한 사실 관계가 드러나면서 군의 입장이 달라졌다. 지난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책임자 처벌을 언급했다. 20일에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허술한 경계태세를 시인했다.

더욱이 사건 당일 회의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군 당국의 대비태세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현장으로 내려가 관련 부대의 경계태세를 점검하기도 했지만 군은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1차 결론을 내렸다. 이를 성급하게 언론에 알리려다가 조작·은폐 의혹까지 사고 있다.

최 대변인은 “현재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관련 부대들을 대상으로, 또 여러 가지 해상·해안 경계작전 실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도 조사가 완료되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