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한선태. 사진제공|LG 트윈스
‘엘리트 스포츠’란 울타리 속에서 자라진 못했다. 평범한 중3 학생의 진로를 바꾼 건 TV로 본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보는 게 즐겁고, 또 공을 던지는 게 그냥 재밌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했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길이었다. 평범하게 자라고, 늦게 출발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KBO리그 최초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LG 트윈스 한선태(25)가 드디어 1군 무대에 오른다. 육성선수 신분에서 벗어나 계약을 맺고, 정식 선수로 등록된다.
LG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한선태가 1군 콜업을 받았다. 25일 계약을 맺고 엔트리에 합류할 예정이다”고 전했고, 스포츠동아는 24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이를 단독보도했다. LG 구단 역시 한선태의 엔트리 합류 소식을 곧바로 밝혔다. 차명석 LG 단장은 보도가 나간 뒤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25일에 계약서를 쓴다. 1군 코칭스태프가 원해 엔트리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 초·중·고, 현역 군인, 평범한 20대 청년
15사단 수색대에 배치된 뒤 고단한 군 생활 속에서도 공을 놓지 않았다. 한선태는 “친구들이 우편으로 공을 보내줘 꾸준하게 캐치볼을 할 수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해 몸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단련했다”고 말했다. 또한 “휴가는 사회인야구 리그 일정에 맞춰 나갔다”고 설명했다.
● “파주 챌린저스, 덕분에 공 빨라져”
야구부 경험이 없는 그에게 단체생활 경험은 군대가 전부였다. 선수들의 단체생활 패턴을 익히고 기량 향상을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였다.
한선태는 “운동하는 사람들의 단체생활이 궁금했다. 그 속에서 배울 게 분명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파주에서 공 던지는 걸 배우면서 구속도 빨라졌다. 야구 선수로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발판을 마련한 곳”이라고 돌아봤다.
● 2019년, 천금 같은 기회…그리고 LG
KBO가 2018년 규약을 개정하면서 비선출 자원들에게도 프로 무대 진출 길이 열렸다. 한선태는 즉각 2019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면서 프로 진출을 꿈꿨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9라운드까지도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던 무렵, 어디선가 힘차게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 LG가 전체 95순위로 한선태를 선택한 것이다.
누구보다 간절했기에 구단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비선출에 대한 선입견도 깨고 싶었다. 하루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이천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기회를 기다렸다. 프로 지도자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구속은 어느새 시속 146㎞까지 올라갔다. 사이드암 투수의 매력을 한껏 어필하며 퓨처스리그 19경기에서 1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0.36이라는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한선태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1군에 동행했다. 최일언 1군 투수코치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코치님께서 코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동시에 밸런스, 중심 이동에 대해서도 지도를 해주셨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꿈같은 동행을 뒤로 한 후 이천에서 다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데 23일 늦은 오후에 구단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군에 갈 준비를 하라”는 소식이었다.
한선태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기억은 프로 지명을 받았을 때였다. 그런데 1군 콜업 이야기를 들은 후의 기분은 지명을 받았을 때보다도 조금 더 좋더라.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제 1군 무대에 입성하는 그에게 지금의 성취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본인의 의지대로 비선출 꼬리표를 떼어내려면 선출들과 프로무대에서 붙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평범한 청년 한선태의 비범한 출발은 이제 막 시작됐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