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유엔군 참전용사들, 靑 초대받아 당시 이야기 전해 참전 간호장교 "장비 부족…치료 제대로 못해 가슴 아파" 美 전쟁영웅 후손 "삼촌은 참전 동료들 자랑스럽게 생각" 화살머리고지 전투 참여자 "전우들 유해 끝까지 찾을 것"
6·25 전쟁 당시 장진호전투, 흥남철수작전 등에 참여했던 미군 참전 용사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발전상이 실로 놀랍다. 인천공항에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군 용사(당시 상병) 조셉 W. 벨란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에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접한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며 이같이 밝혔다.
벨란저는 ‘한국 전쟁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한국전쟁은 제 가슴에 늘 남아있고 또 내가 참전을 해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항상 신께도 감사하고 있다. 내 기억과 가슴에 언제나 영원토록 간직할 일”이라고 답했다.
부산 용문초등학교 재학생 캠벨 에이시아는 이날 우리 이웃들이 어떻게 참전하게 됐는지를 프리젠테이션 하고 전쟁 영웅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캐나다인과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에이시아는 ‘6·25전쟁 박사 소녀’와 ‘꼬마 보훈 외교관’으로 잘 알려져 있는 어린이다.
6·25 전쟁 당시 간호장교로 참전했던 박옥선 선생은 “내가 근무했던 옹진전투에서는 정말 땅 1평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하루에 400~500명씩 부상자와 사상자가 생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선생은 “당시엔 장비가 부족해서 제대로 치료를 못 했다”며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더 열심히 일을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남은 생애를 참전용사들을 위해 봉사하고 또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군 야전 지휘관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고(故) 김영옥 대령의 후손 다이앤 맥매스도 오찬에 참석했다. 이민자 2세인 김 대령은 한국전쟁 당시 뛰어난 지휘력을 발휘해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던 인물이다. 전후에는 전쟁고아를 보살피는 봉사활동에 헌신하기도 했다.
맥매스는 “제 조부께서도 한국 출신으로서 많은 기여를 하셨기 때문에 아마도 삼촌이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설명했다.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여했던 유공자 박동하 선생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우에게’라는 편지를 낭송했다.
박 선생은 “화살머리고지를 지키기 위해 밤새도록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기억이 나는구나. 어느 날엔가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나서 자리를 비운 사이 포탄이 떨어져 우리 전우들을 한꺼번에 잃은 날이 있었지. 그날만 생각하면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고 잠을 이를 수가 없었구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선생은 “난 최근에 국방부와 함께 화살머리고지에 가서 너희들이 묻혀있을 만한 지점을 확인하고 돌아왔지. 그리고 그 곳에서 유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더라. 나와 너희들의 후손들은 그곳에 잠들어 있는 너희들을 기억하고, 시체 하나가 없을 때까지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힘줘 말했다.
문 대통령은 “67년이 흐른 지금도 화살머리고지에는 박동하 님의 전우들, 수많은 용사들이 잠들어 계신다”며 “정부는 4월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을 시작해 지금까지 유해 72구, 유품 3만3000여 점을 발굴했다.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고의 예우를 갖춰 유해 발굴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는 매년 6·25 참전용사와 해외에서 참전한 유엔군까지 호텔에서 오찬을 가졌지만 오늘은 특별히 청와대에 모시게 돼 더 뜻깊다”며 “3군 의장대도 오게 해서 최고의 예우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행사 마무리발언을 통해 참전 용사들이 참전과 희생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