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에 뒤집힌 ‘국회 정상화’

○ 한국당 강경파 ‘국회 복귀 반대’에 합의 무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패스트트랙 3개 법안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한다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총에서 합의문 내용 곳곳이 암초에 걸렸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패스트트랙 관련 부분이었다. 그동안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의 처리에 대해 ‘합의 처리 하기로 노력한다’, 한국당은 ‘합의 처리한다’로 맞서 왔는데 이를 모호한 지점에서 절충한 것. 이날 의총에서 발언한 한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해도 여당을 믿기 어려운데, ‘합의정신’이라는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이를 내줬으면 재해 추경만 처리하도록 하거나, 북한 어선 국정조사를 받아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여야 4당, 한국당 비난… 협상 가능성은 열어둬
한국당이 의총에서 합의 결과를 번복하자 나머지 여야 4당은 일제히 비난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등원을 기다렸던 민주당 의원들은 합의문 추인이 불발되자 “야당 없어도 그냥 해”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협상파인 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이후 (관심에서) 멀어지는 원내가 아닌 원외 황교안 대표에게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한국당의 철부지 짓에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는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대해 민주당이 합의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믿기 어렵다는 게 의원님들의 생각”이라면서도 “의원님들은 다시 한 번 저에게 힘을 갖고 합의를 다시 해달라고 말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원내대표도 “국민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나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경제원탁회의 등 한국당의 요구를 합의문에 담은 것에 대해선 “합의정신은 그대로 살아있다”라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