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정비 단독수주 무산
문재인 대통령은 올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당시 한국이 처음 수출한 원자력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했다. 한국은 이 원전을 건설했지만 정비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데는 실패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장관의 수주전 지원에도 ‘반쪽 계약’ 전락
한국은 2015년 한전KPS 단독으로 UAE 측과 장기정비계약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2017년 2월 나와에너지 측이 한전KPS와의 수의계약을 포기하고 국제경쟁입찰로 협상 방식을 바꿨다. 이후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으로 영국, 미국 업체와 경쟁해왔다.
지난해 11월 나와 측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프랑스 전력공사와 1000만 달러 규모의 장기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정비계약 수주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을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해 12월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에 이어 올해 1월 성윤모 장관이 현지를 방문해 지원 사격을 하기도 했다.
○ 그때그때 주문 내는 방식, 알짜사업서 밀릴 우려
안전이 중요한 원전사업의 특성상 원전 정비는 원전 운영의 핵심 사업이다. 정부는 이번 정비계약 체결로 UAE와 건설, 설계, 운영, 정비 등 원전 운영 전반에서 협력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수주 결과를 자화자찬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현 계약에서 한국의 입지는 하도급 업체와 비슷하다. 나와 측이 한국 고유 기술로 지은 원전의 정비를 다른 국가 정비업체에도 나눠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전 정비는 일상적인 정비와 원전 가동을 아예 멈추고 진행하는 계획예방정비로 나뉜다. 나와 측이 한수원 컨소시엄에 모든 정비를 한꺼번에 맡기지 않고 정비 수요가 생길 때마다 주문을 내기로 하면서 투입 시간, 인력 등이 훨씬 더 큰 알짜 사업인 계획예방정비를 맡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주 사업자인 나와에너지 측이 정비와 운영 전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UAE 당국이 명시하면서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 고위직이 현지에 파견돼 물량 수주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정비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 “한국 원전 기술력 줄어들까 우려”
현재 한국은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원전 사업자인 뉴젠이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청산되면서 사실상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사우디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원전 강국이 대거 참여하며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아도 원전 수입국 입장에선 이런 정책 기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계약은 UAE 측이 앞으로 한국이 탈원전 정책으로 관련 기술력을 잃을 것에 대비해 대안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번 결과가 다른 나라에 대한 원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최혜령·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