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벨벳혁명 현장서 25만명 모여 “혁명 끝나지 않았다”

제2 벨벳혁명 번지나… 체코 25만명 총리퇴진 시위 23일(현지 시간)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시민 25만여 명이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AFP통신은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을 붕괴시킨 ‘벨벳 혁명’ 이후 최대 규모 집회”라고 전했다. “부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2017년 집권한 바비시 총리는 유럽연합(EU) 보조금 200만 유로(약 26억 원)를 유용한 혐의 등 잇따른 부패 의혹을 강압적으로 부인해 민심을 잃었다. 프라하=AP 뉴시스

이날 프라하 레트나 공원에서는 약 25만 명이 총리 퇴진을 촉구했다. 올 들어 다섯 번째 집회로 한 달 전 시위 당시 12만 명보다 참가자가 배 이상으로 늘었다. 1989년 11월 25일 80만 명이 이곳에서 “공산정권 퇴진”을 외쳤고 4일 후 정권이 붕괴됐다.
공원 인근에는 ‘진실과 사랑은 승리해야 한다’는 현수막도 걸렸다. 초대 대통령 겸 벨벳혁명 주역인 고 바츨라프 하벨 전 대통령이 30년 전에 한 말이다. 유럽연합(EU) 국기를 들고 참가한 마르틴 엑스네르 노바베스시 시장은 가디언에 “1989년 아들을 어깨에 태우고 바로 이곳에 왔었다. 벨벳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총리가 소유한 기업이 EU로부터 200만 유로(약 26억 원)의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으로 촉발됐다. 최근 체코 언론은 ‘총리가 EU 보조금의 이익충돌 규정을 어겼고 1750만 유로(약 227억 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EU 집행위 보고서를 보도했다. 그가 공산정권 시절 정보국(StB)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며 국민 사찰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