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집 45개 만들어 설치
국립생태원과 충남연구원은 22일 충남 청양군에서 집박쥐(작은 사진)들이 서식할 수 있는 ‘배트 박스’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국립생태원 제공
흔히 박쥐는 동굴에 산다고 알고 있지만 한옥의 서까래나 벽 틈처럼 사람의 집에서 서식하는 ‘주거성 박쥐’도 많다. 국내에서는 집박쥐가 대표적인 주거성 박쥐인데 주거 환경이 달라지면서 집박쥐의 생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집박쥐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기 위해 이날 처음으로 박쥐집 짓기 체험행사를 열었다.
집박쥐에게 굳이 집까지 지어준 이유는 집박쥐가 사람에게 이로울 뿐만 아니라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집박쥐는 해충을 잡아먹고 산다. 국립생태원이 2016년 2∼12월 집박쥐 등 식충성 박쥐 4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몸무게 7∼9g의 박쥐가 매일 밤 평균 1∼3g의 해충을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쥐 한 마리가 매일 모기 3000마리가량을 먹어치우는 셈이다. 집박쥐는 벼 해충인 멸강나방, 혹명나방, 흰등멸구를 잡아먹기 때문에 농경지에 집박쥐가 살면 살충제 사용량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학계에서는 해충을 잡아먹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집박쥐의 역할을 ‘생태계 공공재’라고 평가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