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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3000마리 꿀꺽… 집박쥐를 아시나요?

입력 | 2019-06-25 03:00:00

박쥐집 45개 만들어 설치




국립생태원과 충남연구원은 22일 충남 청양군에서 집박쥐(작은 사진)들이 서식할 수 있는 ‘배트 박스’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국립생태원 제공

22일 충남 청양군 물여울농촌체험장, 초중고교 학생들과 지역주민 100여 명이 모여 우편함처럼 생긴 나무 상자를 만들었다. 이 상자의 이름은 ‘배트 박스’. 말 그대로 박쥐집이다.

흔히 박쥐는 동굴에 산다고 알고 있지만 한옥의 서까래나 벽 틈처럼 사람의 집에서 서식하는 ‘주거성 박쥐’도 많다. 국내에서는 집박쥐가 대표적인 주거성 박쥐인데 주거 환경이 달라지면서 집박쥐의 생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집박쥐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기 위해 이날 처음으로 박쥐집 짓기 체험행사를 열었다.

집박쥐에게 굳이 집까지 지어준 이유는 집박쥐가 사람에게 이로울 뿐만 아니라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집박쥐는 해충을 잡아먹고 산다. 국립생태원이 2016년 2∼12월 집박쥐 등 식충성 박쥐 4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몸무게 7∼9g의 박쥐가 매일 밤 평균 1∼3g의 해충을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쥐 한 마리가 매일 모기 3000마리가량을 먹어치우는 셈이다. 집박쥐는 벼 해충인 멸강나방, 혹명나방, 흰등멸구를 잡아먹기 때문에 농경지에 집박쥐가 살면 살충제 사용량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학계에서는 해충을 잡아먹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집박쥐의 역할을 ‘생태계 공공재’라고 평가한다.

22일 완성된 박쥐집 45개는 집박쥐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장소와 가까운 농가나 농경지 곳곳에 설치됐다. 국립생태원 김선숙 진화생태연구팀장은 “6월 출산을 앞둔 집박쥐들은 잠자리를 잘 옮기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사냥을 하다 쉬는 장소로 박쥐집을 활용하다 1, 2년 지난 뒤부터 잠자리로 삼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