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임기가 조금 연장된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2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
지난 4월 열린 국토부 월례조례. 김현미 장관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 의지를 이 같이 표명하며 ‘시즌2’를 시작했다. 후임 최정호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해 장관에 유임된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
김 장관은 “전임 ‘김현미 장관’이 추진했던 사업 중 좋은 정책은 일관되고 올곧게 계승해 나가고, 미진했거나 진척이 없는 사업들은 더 속도를 내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 장관을 둘러싼 교체설은 불식되고, 연말까지 김 장관이 국토부를 이끌 것으로 여겨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이 교체설이 제기된 배경에 우선 강남 집값 반등세가 먼저 꼽힌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으로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이후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만 약 20차례. 부동산 시장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지만, 올해 들어 서울 집값은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시장 동향 기준 전년 말 대비 1.67% 하락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는 2.66% 떨어지고, 강남구는 2.71% 하락으로 낙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강남을 잡겠다”고 시작한 부동산 정책은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집값은 반 년만에 하락장에서 이탈하는 분위기다. 은마 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부 급매물 거래가 성사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시중에 1129조원 규모의 부동자금이 넘치는 데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유입된 매수세로 확인된 꾸준한 투자심리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같은 집값 급등세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자, 김 전 실장이 국토부를 이끄는 것이 아니냐는 기류가 생겨나고 있는 탓이다.
김 장관을 둘러싼 정치 환경도 배경 중 하나다.
올해 초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일산을 지역구로 둔 김 장관의 입장이 곤욕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이후 일산 등 수도권 집값은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 약세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강남권 집값은 다시 상승세다.
이에 김 장관은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곡~소사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서북부 지역의 교통 인프라 공사를 조기에 추진하겠다는 해법을 내놨지만 한번 들끓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역 의원인 김 장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 챙기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으로는 총선 전 경기 활성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고, 금리인하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이 상승 조짐이 나타난 데 대해 ‘정부가 시장을 정책으로 제압하려다 결국 시장만 왜곡 시켰다’는 ‘규제의 역설’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천명했지만,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김 장관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지만, 우리로서도 전혀 모르는 얘기”라며 “김 장관이 전혀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