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기업 특집]동원그룹
동원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4월 16일 서울 명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동원은 50년이 지난 현재, 식품 중심의 4대 사업을 운영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원은 남들이 가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바다에 도전했고, 오일쇼크 등 위기에서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이를 극복해내며 세계 최고의 수산기업이 됐다. 또 국내 시장에 최초로 참치캔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식문화를 건강하게 바꿨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혼란스럽던 2008년에 미국 최대 참치브랜드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하는 과감한 도전을 통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동원그룹은 현재 수산·식품·패키징·물류 등 식품 중심의 4대 사업축을 통해 국내외에서 연간 약 7조200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1935년생인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 원양선이었던 ‘지남호’의 실습항해사로 시작해,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동원그룹(당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동원산업은 37만 달러의 현물차관으로 최초 원양어선을 도입했다. 직원 3명, 원양어선 1척으로 시작한 동원산업은 신규 어장 개척과 신어법 도입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갔다. 수산업체로서 치명적이었던 1973년, 1979년 두 차례 오일쇼크 때는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기회를 창출해가며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발돋움했다.
한편 1982년은 동원이 증권업에 진출한 해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원양어업의 인센티브제에 착안한 급여제도를 증권업에 처음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성장을 거듭해, 국내 최고 증권그룹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됐다.
동원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또 한번의 큰 도전을 한다.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델몬트그룹 소속이던 스타키스트는 적자경영을 거듭하고 있었고, 동원그룹은 3억6300만 달러의 대형 글로벌 M&A를 성사시키며 우리나라 식품업계에 새 역사를 썼다.
특히 스타키스트는 김 회장이 선장 시절 어획한 참치를 납품하던 회사 중 가장 큰 고객이었다. 1963년 스타키스트 사모아 공장 준공 이후 최초로 참치 원어를 납품한 선장도 바로 김 회장이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젊은 선장이었던 청년이 열심히 기업을 일궈, 40여 년 후 경영위기에 빠진 거대 고객사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 이후, 아프리카 세네갈의 ‘S.C.A SA’와 베트남의 ‘TTP’, ‘MVP’ 그리고 미국령 사모아의 ‘탈로파시스템즈’ 등 해외기업의 M&A를 성사시키며 글로벌경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동원의 현재 기업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다. 이는 처음 회사를 만들 당시의 사시와 일맥상통한다. 기업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야 한다는 뜻이다.
박서연 기자 sy00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