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영미 시인이 신간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문단 권력의 성폭력 행태를 폭로한 최영미 시인(58)이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25일 열린 신작 시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그는 6년 만에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미·1만 원)을 냈다. 최 시인은 “당시 젠더 이슈에 관한 시 세 편을 써달라는 황해문화의 청탁을 받고 ‘괴물’을 쓰게 됐다”며 “후회를 아예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에서 최 시인은 자신의 안과 밖에서 진행된 변화와 일상을 원숙해진 언어와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1993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보에 실었던 ‘등단소감’도 눈길을 끈다. 등단 직후 써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내가 정말 여, 여류시인이 되었단 말인가/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라고 말한다. 등단 후 문단 술자리에서 이뤄지는 무수한 성추행과 성희롱 발언을 겪고 느낀 감정을 솔직히 적어 내려간 시다.
출처 뉴시스
그는 “작년 봄 이후로 ‘왜 그걸(성폭력 사건) 지금 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제가 침묵했던 것이 아니고 작가로서 표현을 했지만 시집에 넣지 못했을 뿐이다.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이번 시집에 게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학성은 잘 몰라요. 주제가 주어지면 그에 관해 쓸 뿐이에요. 사람들이 제 언어를 ‘직구’라고 느끼지만 저는 변화구도 써요. 다만 훌륭한 투수는 변화구도 직구처럼 넣잖아요? 고립무원으로 살았지만, 저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 준 힘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