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은 미국의 인텔, AMD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제조사의 제품 특성이 다르지만, 숫자를 통해 성능을 구분하는 뉴메릭 마케팅(Numeric Marketing)을 도입하고, 암묵적으로 라인업을 통일해 구분이 쉽다. 인텔 코어 i3, i5, i7, i9은 숫자가 커질수록 성능이 좋고, AMD 라이젠(RYZEN) 3, 5, 7도 마찬가지다. 인텔 코어 i3와 AMD 라이젠 3가 경쟁하는 식이다.
하지만 노트북 프로세서는 조금 다르다. 노트북은 인텔의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는 독점 시장이므로, AMD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하지만 새로운 라이젠 프로세서가 데스크톱 시장에서 승승장구하자,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AMD 라데온 베가(Radeon Vega)를 내장한 노트북 프로세서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2017년 라이젠 프로세서 등장 이후, AMD와 관련된 여러 제조사가 라이젠 기반 노트북을 내놨지만, 인텔 노트북의 점유율이 워낙 공고해 번번히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2세대 AMD 노트북 프로세서인 피카소(Picasso)도 아직까지 잠잠하다.
라이젠 게이밍 노트북의 등장으로, 이제 게이밍 노트북 시장도 양분된다. (출처=IT동아)
라이젠 7 3750H와 엔비디아 GTX 1660 Ti라는 비범한 조합
라이젠 7 3750H와 엔비디아 GTX 1660Ti가 적용됐다. (출처=IT동아)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 (출처=IT동아)
그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TUF Gaming) FX505 DD는 AMD 라이젠 7 3750H 프로세서(APU, Accelerated Processing Unit)와 엔비디아 GTX 1660 Ti를 장착했다. CPU가 아닌 APU인 이유는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구분 방식 때문인데, 내장 그래픽이 제외된 프로세서를 CPU, 포함된 것을 APU로 분류한다.
라이젠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이점은 분명하다. 프로세서 동작을 학습해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는 AMD SenseMI 기술, 초당 24~30회 재생되는 영상을 그래픽 처리해 초당 60회 재생하는 AMD 플루이드 모션(Fluid Motion), 게이밍 시 모니터와 VGA를 동기화해 화면이 틀어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AMD 프리싱크(FreeSync)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구성을 갖췄어도, 실제 성능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의 실제 성능을 확인해보자.
프로세서 성능을 수치화하는 시네벤치 R20 (출처=IT동아)
프로세서 성능을 수치화하는 벤치마크, 시네벤치 R20의 실행 결과다. 4코어 8스레드에 기본 2.3GHz, 최대 4GHz로 동작하는 라이젠 7 3750H는 1,683pts(Points)로 측정된다. 경쟁사인 인텔의 4코어 8스레드 노트북 프로세서와 비교해 근소하게 높은 수치다.
그래픽 성능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 3D마크 (출처=IT동아)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60 Ti는 6GB GDDR6 메모리가 사용되었으며, 현재 출시중인 노트북 VGA 중 중간 성능에 해당한다. 게이밍 컴퓨터의 성능을 대략적으로 수치화하는 프로그램, 3D 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결과를 보자.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의 그래픽 스코어는 14,403점으로 나타났고, 프로세서 스코어는 10,494점을 획득했다. 그래픽 스코어는 데스크톱용 GTX 1660 수준인데, 최신 MMORPG 게임은 모두 60프레임 이상이 가능하고, 출시 1~2년가량 지난 게임도 초 고사양 게임이 아니라면 100프레임 이상 노려볼 만 하다.
배틀필드 1 플레이 화면, 사양이 높지만 65~75fps를 유지한다. (출처=IT동아)
최소 사양이 인텔 6세대 코어 i5-6600K, 지포스 GTX 660인 배틀필드 1로 실제 게이밍 성능을 테스트했다. 2016년 출시된 게임이지만, 오버클록 CPU를 최소 사양으로 설정한 게임이라 웬만한 최신 게임보다도 요구 성능이 높다.
배틀필드 1에서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는 자동 설정으로 FHD (1,920x1,080) 해상도에 중간 텍스쳐 옵션이 적용되었으니 최소 사양보다 높은 성능을 갖춘 셈이다.
성능은 합격점, 외관과 디자인은?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를 닫은 상태. (출처=IT동아)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는 AMD 라이젠 7 3750H 프로세서를 장착했다는 점만 제외하면, 인텔 프로세서 기반 게이밍 노트북과 전혀 차이가 없다. 발열 및 소비 전력이 다르니 내부 구성이 다르지만, 저장 장치나 인터페이스는 전 세계 표준이니 동일하게 사용한다.
저장 공간은 1개의 NVMe M.2 SSD와 1개의 하드 디스크 장착이 가능하다. 기본 모델은 256GB M.2를 제공하나, 80~100GB 이상 되는 최신 게임을 모두 저장하고 싶다면 1~2TB 용량의 추가 하드 디스크를 장착하면 된다.
메모리는 기본적으로 8GB DDR4 메모리가 장착돼있고, 추가 슬롯이 제공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라이젠 프로세서는 메모리가 듀얼(2개)로 구성됐을 때 최적 성능을 내니 가급적 메모리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는 모두 왼쪽에 있다.(출처=IT동아)
외부 입력 인터페이스는 마우스를 쥐는 오른손에 방해되지 않도록 모두 왼쪽에 있다. 입력 단자는 사진 왼쪽부터 전원 어댑터, LAN 포트, HDMI 2.0, USB 2.0, USB 3.0 2개, 오디오 포트가 배치돼있다.
외부 입력 단자가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 위주로 마련돼 큰 부족함은 없다. 오른쪽 측면에는 방열을 위한 흡기 벤트, 그리고 잠금장치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켄싱턴 락만 배치됐다.
WASD를 투명 처리해 깔끔한 키 입력이 가능하다. (출처=IT동아)
키보드 역시 게이밍 노트북 전문 브랜드다운 세심함이 돋보인다. 게임 플레이에 가장 많이 쓰이는 W, A, S, D 키는 투명 키로 돼 있어 빠르게 인지할 수 있고, WASD 키를 누른 상태에서 스페이스 바 활용이 용이하도록 특수한 모양이 적용됐다. 방향키도 따로 벗어나는 위치에 있어 주변 키를 잘못 누를 일이 적다.
게이밍 노트북 하면 떠오르는 RGB LED 백라이트도 적용돼있다. 에이수스가 취급하는 게이밍 메인보드, VGA, 모니터 등에 적용된 에이수스 아우라(AURA) RGB인 만큼, 단색 고정이나 반짝임, 숨쉬기 기능 등 다채로운 모드 적용이 가능하다.
120Hz 주사율을 지원해 최대 120프레임 영상도 재생한다. (출처=IT동아)
디스플레이도 원활한 게이밍을 지원할 수 있는 패널이 탑재되었다.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에 탑재된 모니터는 16:9 비율의 15.6인치 모니터로, 178도 광시야각을 지원하는 IPS방식이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더라도 색감이나 밝기 하락 없이 깨끗한 화상을 제공한다.
또한 120Hz 주사율(Refresh Rate)을 지원한다. 주사율은 화면이 초당 120회 재생된다는 의미로, VGA 송출 화면이나 동영상 프레임이 초당 120회인 경우도 모두 표현한다. 주사율이 높으면 게임 화면이 부드럽게 재생되고, 찰나의 순간까지 포착할 기회를 주니 게이머에게 큰 도움이 된다.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의 풍향계,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에 부착된 AMD 로고 (출처=IT동아)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D는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첫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향후 라이젠 게이밍 노트북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볼 전략 기종이라는 점에서도 그 역할이 막중하다.
인텔 CPU와 엔비디아 VGA를 장착한 동일 구성에 비해 성능이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 대비 성능비를 고려한다면 매력적이다.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 DU는 120Hz 디스플레이와 RGB LED 키보드, 미 국방성 밀리터리 테스트인 밀스펙이 적용된 프리미엄 게이밍 노트북이지만, 가격은 100만 원대 초반으로 착하다.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이 필요하다면, 인텔 i7, i9 CPU과 엔비디아 RTX VGA가 장착된 제품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하지만 인텔 코어 i5를 장착한 가격 대비 성능비 라인업을 찾고있다면, AMD 프로세서 기반의 에이수스 터프 게이밍 FX505의 프리미엄이 더 높다는 점을 명심하자.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