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의 한 수]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박천웅 대표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에서도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FA 한국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협회 차원에서 일반인들의 금융교육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18일 만난 영국계 자산운용사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박천웅 대표(57)가 말한 투자 원칙이다. 선진적인 투자 기법과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의 답변치고는 너무 밋밋한 것 아닌가도 싶었다.
박 대표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4대 금융도시를 돌아다니며 모건스탠리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공인국제재무분석사(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한국협회장 자리도 맡고 있다. CFA는 금융투자 관련 지식과 직업윤리 측면에서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꼽힌다. 이런 그의 ‘평범한’ 답변은 ‘투자에 선진적인 기법은 없고 선진적인 원칙만 있다’는 격언을 곱씹게 했다.
○ 포트폴리오 투자에 더 집중하라
그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매우 아쉬워했다. 특정 자산이나 특정 주식 등에 지나치게 다걸기(올인)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심리나 분위기 변화에 따라 추격매수를 하는 일이 만연한 것도 문제다. 그는 “이런 투자 방식 때문에 항상 과열된 곳에 돈이 몰리고, 거품이 꺼지면 낭패를 보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법으로 보고 있다. 그는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미학, 곧 중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산 가운데 많은 비중을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투자한 뒤 손실을 봐도 문제가 없을 만큼만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 국내 투자자들이 너무 모른 채 과도한 리스크를 감당하는 투자 상품들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가연계증권(ELS) 열풍이다. ELS는 만기까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정해진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인데, 구조가 복잡해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박 대표는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것처럼 ELS는 돌발변수가 생기면 일반 투자자가 손실을 보전하는 보험회사 기능을 하는 상품”이라며 “자칫 일반 투자자들이 봉 노릇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ELS에 투자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리스크를 신중히 점검한 다음에 선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자기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라
박 대표는 또 “투자자가 자신에게 맞는 투자 네트워크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개인이나 기업, 집단이 성공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를 개인 자산 운용에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좋은 전문가들을 찾아내 이들을 자신의 네트워크로 삼고, 이들에게 재산 배분을 맡기라는 것이다.
그는 SGA가 자산운용에서 중용을 잘 지키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나 아마존 같은 4차 산업혁명 주도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으면서도 비중 면에서 그렇게 크지 않을 정도로 절제를 유지하는 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좋은 소비재 기업이나 금융회사도 엄선해서 함께 투자하고 있어 글로벌리더스펀드가 견고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