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가 부상을 입은 사직구장의 날카로운 구조물(붉은색 동그라미). 사진출처|MBC스포츠플러스 중계 화면 캡처
스포츠에서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인해 선수가 다친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다.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를 자부하는 KBO리그에서 피할 수 있는 부상이 또 한 번 나왔다. 인재(人災)다.
강백호는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9회말 수비 도중 부상으로 교체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신본기의 타구를 쫓아 펜스까지 향했고, 힘겹게 포구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달려오던 탄력으로 인해 오른 손바닥을 펜스 쪽으로 짚었다. 하지만 그물망 고정을 위해 설치해둔 날카로운 부분에 손바닥을 제대로 찍혔다.
강백호는 포구 직후 무릎을 꿇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부딪친 직후 피가 흘렀을 만큼 충격이 상당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손바닥 5㎝가 찢어졌다. 더바른병원으로 급히 이동했으나 피부뿐 아니라 신경까지 손상됐다는 소견이 나왔다. 전신 마취 후 수술이 필요하며 1군 엔트리 말소 예정이다.
KBO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외야 펜스를 전면 교체·보수했다. 딱딱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충돌시 부상 위험이 높았던 기존 펜스에 안전 매트 등을 설치해 위험성을 줄였다. 이후 펜스 충돌로 인한 부상 사례는 눈에 띄게 줄었다. 경기 외적인 요소로 플레이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위험이 될 만한 소지는 경기장에서 모두 제거한 것이다. 당시 사직구장도 펜스는 기준에 맞게 바꿨다. 하지만 심창민, 강백호가 그랬듯 ‘아차’ 하는 사이에 부상을 당할 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펜스 근처로 향하는 파울 타구는 매 경기 나올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부상에 노출되었다는 의미다.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는 경기장에 있을 이유가 없다. 4년 전 심창민의 황당했던 부상이 재현된 셈이다.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던 부상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짙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