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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물가 0%대… 韓銀, 경기침체에 선제적 대응해야

입력 | 2019-06-26 00:00:0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5월 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6%로 지난해 하반기 1.7%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올해 연간으로 1.1%를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흐름대로라면 올해 물가가 0%대에 머물 가능성도 적지 않다. 택시 요금이 오르고 냉면 한 그릇에 1만 원이 넘어서는 것을 보는 일반 국민들은 이렇게 물가가 낮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기요금 이발료 기름값 등 모든 물품과 서비스 가격을 고려한 소비자 물가는 정부 목표치인 연 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가가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물가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됐다는 뜻이고 소비를 안 하면 기업들이 생산이나 투자를 늘릴 요인이 그만큼 줄어들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물가가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총재는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는 등 공급 측면의 인상 요인도 크지 않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요 위축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선뜻 낮추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춰 돈을 풀면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집값 재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앞으로 경기가 지금보다 더 가라앉을 때를 대비해 금리인하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우리 경제가 일본식의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가지 않기 위해 한은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여러 국가들도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이미 금리를 내렸거나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금리인상의 한 이유로 지목돼온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는 덜한 편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은 그동안 선제적 조치는커녕 경기가 이미 내리막에 접어들었는데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등 뒷북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은으로서는 물가와 금융 안정이 최우선 임무이지만 심상치 않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