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상업, 주거 등 복합시설 건설이 추진되는 영국 맨체스터대 북부 캠퍼스. 가상의 파란색 도형이 기존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을 건물이다. 사진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이유종 국제부 차장
맨체스터대는 북부 캠퍼스 10만5218m²에 연구, 상업, 주거 등 복합시설을 짓는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 ‘ID 맨체스터’를 추진 중이다. 10년 뒤 완공을 목표로 15억 파운드(약 2조2073억 원)를 투입하는데 일자리 6000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맨체스터대가 투자자를 유치해 공동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해당 법인에 부지를 250년 동안 빌려주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보탠다. 대학 관계자는 “올해 3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부동산 박람회 ‘미핌(MIPIM)’에 갔더니 거대 글로벌 국부펀드, 연기금에서 ‘ID 맨체스터’에 큰 관심을 보여 깜짝 놀랐다”고 언론에 전했다.
영국 대학들은 대부분 정부, 지자체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국공립학교다. 대학들은 아쉬울 게 별로 없는 지역사회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자 대안을 찾아야 했다. 맨체스터는 19세기 풍부한 수력 에너지 등에 힘입어 ‘코트노폴리스’라고 불릴 정도로 면방직 산업이 크게 번성했던 도시다. 면방직 산업이 쇠퇴기를 맞으며 1920년 이후 인구도 줄었고 이후에도 경기 침체 등으로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었다. ‘맨체스터’라는 도시 이름은 현재 산업도시보다는 프로 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고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실 대학과 지자체, 기업 등이 힘을 합쳐 도시의 부활을 이끄는 모델은 이전에도 있었다. 헨리 에츠코위츠 스탠퍼드대 교수는 1990년대 미국 보스턴의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사례를 들어 ‘삼중 나선 혁신 모델(Triple helix model of innovation)’을 만들었다. 대학과 기업, 지자체 등이 상호 작용하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이론이다. MIT 경영대학원이 들어선 보스턴 켄들스퀘어 일대도 대학이 경제성장 엔진 역할을 했다. 과거 켄들스퀘어는 양조장, 발전소, 비누 공장 등이 있었던 산업시설이었으나 대학, 연구소, 상업시설, 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활력을 잃었던 도심이 생기를 찾았다.
사람과 땅, 재물, 권력이 몰리면 경제는 성장할 수밖에 없다. 구도심에선 흔히 인구가 줄면서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선 대학이 발화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맨체스터대는 캠퍼스 부지를 활용해 역사적인 건물 일부를 빼고는 전면 개발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다. 민간 투자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노력과 인근 도심 재개발 등으로 맨체스터 인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ID 맨체스터’ 등의 도심 재개발이 진행되면 도심 인구는 3분의 1 정도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 산업이 쇠퇴하고 인구가 줄면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지방대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방 소멸의 시대’에 대학, 지자체, 지방 기업 등이 유휴 부지를 활용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어떨까. 셋이 뭉치면 3배로 커진다.
이유종 국제부 차장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