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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국회 무엇이 문제인가[시론/이상수]

입력 | 2019-06-26 03:00:00


이상수 변호사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대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가 또다시 뒤집혔다. 국회가 대결과 적대의 길로만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라는 어려운데도 소모적인 정쟁만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대결의 정치는 정치인의 자질 때문에 생기기보다는 잘못된 정치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제도는 막강한 권한을 혼자 독식하는 체제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모든 것을 빼앗기는 구조다. 따라서 국회는 선거에 승리하여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장으로 변모한다. ‘유자가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는데, 훌륭한 자질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싸움꾼이 되고 마는 것이다.

16대 국회 원내대표를 할 때 느낀 것이지만, 모든 정치협상이 주로 다음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 논의되고 결정된다. 국회가 민의(民意)의 전당이라는 말은 허울 좋은 얘기다.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한 베이스캠프에 불과하다.

흔히 정치는 실천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권력에 대한 의지인데, 이 권력의지가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권력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방어막이 마련돼야 한다. 선거에 져도 권력을 나누어 갖고 함께 행사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극단적인 대결구도는 자리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왕적 대통령제하의 승자독식구도를 개혁해, 함께 이끌고 함께 나누는 ‘분권과 협치’의 정치구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제도가 바뀌면 정치문화도 바뀐다. 교통법규가 바뀌면 교통문화가 바뀌듯이 헌법을 개정해 정치제도를 바꿔야만 국회도, 정치인도 바뀐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잘 뽑는 것보다는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한편 막강한 대통령제와 승자 독식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의 권한을 일부 나누어 국민이 직접 행사하도록 하여 국회를 견제토록 하는 제도개혁도 필요하다.

사실 국회의원 중에는 국민의 말을 듣지 않고 재벌, 검찰 등 기득권 세력과 결탁해 국민의 요구를 저버리고 개혁을 방해하거나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직접 정치 일선에 나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자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발의권, 국민투표권, 국민소환권 등을 신설해 국민이 나서고, 잘못하는 의원을 ‘아웃’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촛불 시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외친 것은 더 이상 정부와 국회를 믿을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새롭게 제도를 고쳐 나라다운 나라, 희망이 보이는 나라를 만들라는 외침이었다. 그들은 1987년 체제에서 누적되어온 적폐를 청산할 것과 시민이 직접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제 정치권이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돼 개혁을 진전시키지 못하면, 국민이 나서서 국민이 바라는 입장을 제시하고 그들을 압박하고 견인해 정치개혁을 주도해 나가게 될 것이다.

‘주역’에 ‘군룡무수(群龍無首)면 길(吉)하다’는 구절이 있다. 용의 무리가 모여 있지만 우두머리만 되려고 하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머리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대립을 막고 협력을 이루는 상생의 길이 아닐까. 분권과 협치의 제도를 안착시킬 때 싸우지 않는 국회,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상수 변호사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