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벌어진 음주단속 현장.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한성희 사회부 기자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적용된 첫날인 25일 새벽. 기자는 서울 시내 곳곳의 음주단속 현장에서 운전자들의 꼼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A 씨는 음주단속에 적발된 뒤로도 “대리기사를 부르기 위해 갓길에 차량을 세웠을 뿐”이라고 경찰관에게 둘러댔다. 그러면서 A 씨는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에게는 “가그린을 사용하면 (단속을 피하는 데) 도움이 좀 될 줄 알았다”고 했다.
마포구의 한 단속 현장도 다를 바 없었다. 자정을 넘긴 시각 하얀색 다마스를 끌고 골목에서 음주단속 구간으로 접어들던 B 씨는 5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차량을 급히 돌렸다. 경찰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단속 경찰관은 “거기 서요!”를 외치며 다마스 차량을 뒤쫓았다. 하지만 B 씨는 운전대를 놓지 않고 계속 차를 몰았다. 결국 다마스 차량은 도로가에 주차돼 있던 검은색 밴 차량의 왼쪽 뒷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에야 멈춰 섰다. 마침 주변을 지나던 행인이 없어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지켜본 기자는 단속을 피해 가려는 운전자들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 운전자는 단속에 걸릴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듯 우유를 입에 가득 머금은 채로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짙은 향이 나는 풍선껌을 음주측정 직전까지 뱉지 않는 운전자도 있었다. 현장의 단속 경찰들은 ‘늘 겪는 일’이라고 했다.
교통경찰 임윤균 경위는 “감지기를 들이대면 일부러 옆으로 비켜 호흡하거나 멀리 떨어져서 부는 운전자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측정기에 날숨을 제대로 불지 않고 시간을 끄는 운전자들이 눈에 띄었다. 측정기에 숨을 불어넣기가 겁이 난다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을 용기는 어떻게 낼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이들은 ‘무모한 용기로 나의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술자리에서 지웠을 것이다.
한성희 사회부 기자 chef@donga.com